마감 10분 전

마감 직전에 찾아오는 10분의 몰입

by 푸른 꽃

어떤 상황에 임박했을 때, 우리는 뜻밖의 몰입에 도달한다. 그래서 때로는 데드라인이 필요하다. 미루고 미루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야 집중하게 되는 그런 방식은,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진다.


한번은 마감이 자정인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 10시쯤 컴퓨터를 켰다. 그 순간, 며칠째 무시해오던 PC 업그레이드가 하필이면 그때 작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여유가 있었다. 금방 끝나겠지 싶었다. 하지만 열한 시가 넘어도 화면은 돌아오지 않았다. 업그레이드를 멈출 방법을 찾았지만 도무지 길이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초고는 오후에 잠깐 손을 봐둔 상태였지만, 그대로 올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조금만 더 고치고 싶다는 마음에 초조함만 쌓여갔다.


업그레이드는 자정 10분 전에야 간신히 끝났다. 남은 시간은 단 10분.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화면 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듯 몰입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상태였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중에 불타오르는 배경 속에서 눈이 번뜩이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이 있다. 아마 그때의 내가 딱 그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10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 글을 고쳤고, 간신히 글을 올릴 수 있었다.


글을 쓰다 보면 종종 이런 순간을 만난다. 잘못 길들여진 습관일지도 모르지만, 마감에 임박했을 때 오히려 수정할 것들이 또렷하게 보인다. 신기하게도 여유로운 마음보다 쫓기는 마음에서 몰입도가 더 높아진다. 물론 그 압박이 버거워 요즘은 미리 대충 써두고 ‘나도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올려버릴 때도 있다.


마감 시간만 되면 평소에는 안 쓰던 뇌의 구석이 갑자기 풀가동된다. 문제는 그게 늘 10분 전이라는 점이다.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10분. 그 힘은 일상에서도 여전히 강렬하다. 단 10분 만에 사랑에 빠진다는 노랫말도 있지 않은가. 약속 시간이 남았다는 안도감에 느지막이 있다가, 결국 마지막 10분 동안 초스피드로 씻고 머리를 말린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자다 결국 10분을 남기고서야 모든 준비를 끝내고 헉헉거리며 학교로 뛰어가는 아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그 뒷모습을 보며 ‘10분만 일찍 일어나지’ 생각하지만, 습관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건 아니다.


‘10분의 기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어쩌면 거창한 결심보다, 하루에 딱 10분의 몰입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등 떠밀려 만나는 10분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10분 말이다.

이 기회에 작은 습관 하나쯤, 10분의 기적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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