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는 영원

변해가는 것들 사이에서

by 푸른 꽃

한때 나는 사람 사이의 맹세가 영원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누군가가 “우리 끝까지 가는 거다”라고 말해주면, 그 한 마디에 세상을 다 얻은 듯했다. 관계란 노력하면 지켜지는 것이며, 영원은 오로지 의지의 문제라고 여겼다.


순수했던 것일까. 어수룩했던 것일까. 하지만 처음부터 만남이 영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가정하는 일은 너무 슬픈 일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하던 친구가 있었다. 서로의 일과 미세한 감정을 나누던 사이. 그녀 덕분에 하루가 빛났고, 그 상태라면 사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연락이 잦아들었다. 바빠서겠지, 혼자만의 일상을 쌓고 있겠지 하며 넘겼다.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만큼 허망한 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또 같은 자리를 반복했다.

다행히 나는 어느 순간부터 시선을 내 안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반복의 매듭은 조금씩 느슨해졌다.


변하는 것은 관계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일들은 6개월을 넘기지 못한 채 접어두었고, 기억 속에 까맣게 잊힌 일들도 있다. 물론 모든 것이 휘발된 것은 아니다. 글쓰기만큼은 징검다리를 건너듯 이어왔고, 어느덧 십 년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그 시간 속에서 수없이 흔들리고 멈칫했지만, 어느새 내 일부가 되어 있었다.

오래 이어진다고 해서 그것이 곧 영원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안다.


‘세상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말을 받아들이고서야 마음이 다독여졌다. 인생 자체가 유한한데, 영원을 바라는 일은 어쩌면 모순일지도 모른다.


지나온 시간과 사람들, 수많은 상황을 통과하며 나 또한 변했다.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우리는 그 반복 속을 살아간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서툴다. 그럼에도 가끔은, 다시 영원을 꿈꾸고 싶어진다.


살수록 설렘은 줄어들고, 가슴이 차오르는 충만함은 귀해진다. 일상은 흐르는 강물처럼 무심하다.

어쩌면 영원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영원이 아닐까. 완전히 소유할 수는 없지만, 찰나에 몰입할 수는 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이미 그 시간을 살고 있다.


내일 모든 게 달라진다 해도, 지금 내 곁의 사람과 이 느낌만큼은 나만의 작은 보물 상자에 담아두고 싶다.

그 안에서만큼은, 영원하기를.


그리고 언젠가 또 누군가가 “우리 끝까지 가는 거다”라고

말해주기를,

나는 여전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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