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의 메모

나를 다시 발견하는 기록

by 푸른 꽃

날씨가 좋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렸을 때는 그런 순간이 자주 있었다. 떠오를 듯 말 듯,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 감정들. 그때의 마음을 한두 줄로라도 메모해 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지금처럼 특별히 즐거울 일이 많지 않은 날들을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메모하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질리지 않는 밑반찬처럼,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


오늘처럼 하늘이 좋아서, 바람이 불어서, 비와 눈을 보며 문득 스치는 감정들을 적어 보는 것.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으니까.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찰나. 그런 순간들을 간직하고 싶어진다.

말을 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처럼, 메모도 마찬가지다. 일기도 좋고, 책을 읽다가 와 닿는 문장을 적어도 좋다. 순간적으로 마음을 스치는 짧은 생각이라도 괜찮다.


감정이나 문제들이 모호할 때 기록하다 보면 어느새 조금 더 선명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삶을 대하는 마음도 조금씩 단단해진다.


얼마 전 수천 개가 기록된 메모앱을 뒤적이다가 십 년 전 기록 하나를 발견했다.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올릴 수 있는 글을 써 보고 싶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때는 막연한 바람이었을 텐데, 지금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최근 나는 십 년 전 기록들 속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고 있다. 자료를 찾기 위해 메모장을 검색하다가, 본래의 목적은 잊은 채 그 기록들을 정신없이 읽게 된다.


내가 직접 기록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생각들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때의 염원들이 지금의 현실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소소한 바람에서부터 집을 사게 된 일, 글을 쓰게 된 일까지.


그때 적어 둔 문장들이 지금의 나로 이어져 있음을 발견한다.


요즘은 독서와 성찰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다시 메모를 시작하려 한다.


그 안에서 발견한 생각들을 더 큰 기록으로 남겨 두기 위해서다. 언젠가 이 기록들이 나를 다시 발견하게 해 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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