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는 사람의 살냄새가 필요하다.
그녀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맺혔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뿐인데,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가가 붉어졌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그녀는,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 문이 닫히는 순간,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이 밀려온다고 했다. 그래서 밤에는 불을 켜고 음악을 틀어둔 채 잠이 든다고 했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외롭다는 말이 그날 따라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양평의 회전 카페는 천천히 한 바퀴씩 돌며 창밖의 풍경을 바꾸고 있었다. 산이 보였다가 구불구불한 시골길이 지나갔고, 어느 순간 석양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이는 강물이 나타났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인데, 풍경은 계속 바뀌고 있었다. 마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삶의 장면은 끊임없이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그 안에서는 계절처럼 감정의 결이 바뀌고 있을지 모른다. 늘 의연하고 단단해 보이던 그녀가 문득 외로움을 말하는 그 순간, 그 마음의 결이 조금은 보이는 듯했다.
사람이 가진 본질적인 외로움. 어느 누구에게도 그것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일상에 묻혀 굳이 들추지 않고 살아갈 뿐이다. 주관도 뚜렷하고 스스로를 잘 다독이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그녀의 모습은 내게 조금 의외였다.
카페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창밖은 짙은 어둠으로 물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회전의 속도감이 어느 순간 몸을 살짝 흔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문득 생각했다. 외로움도 이 회전의 속도감 같은 것이 아닐까.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다가, 어느 순간 이유 없이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것.
나 역시 삼십 대 중반에 결혼하기 전까지 그런 시간을 자주 겪었다. 토요일 오후, 길을 걷다가도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찾아왔다. 어디에도 완전히 닿아 있지 못한 채 떠다니는 부초 같은 기분. 지금 돌아보면 그것 역시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대부분 그 외로움을 잊고 산다.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 속에서 하루는 금세 지나간다.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그리 크지 않다. 집 안에 배어 있는, 너무 익숙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족들의 살냄새 때문인지도 모른다.
살냄새라는 것은 묘하다.
향수처럼 의식적으로 남기는 향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드는 냄새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는 냄새. 문득 어깨에 기대거나 스치듯 안길 때 전해지는 체온 같은 것.
누군가 옆에 있어 팔을 스치거나 잠시 어깨에 기대 있을 때 느껴지는 온기. 그 순간만큼은 세상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작은 섬 하나를 가진 기분이었다.
차 안에서 그녀의 단아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녀에게 있어 외로움의 약은 어쩌면 누군가의 살 냄새가 아닐까.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조용히 알려주는 온기.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어떤 날에는 그것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체온이 있다.
익숙해서 안심이 되는,
사람의 살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