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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 Jul 05. 2023

난 왜 여행하는공예가 라는 직업을 창직하게 됐나(2)

매듭공예 수업하러 일본으로!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이거 맞아? 싶을 정도로 간단한 기법에 이니셜 비즈를 끼워 넣는 이 단순한 걸로 일본에 무려초청(?)까지 되어 다녀오다니. 나의 첫 일본방문은 요즘 말로 하면 워케이션(work+vacation ; 일과 휴가의 합성어)인 셈이었다.






일본 방문 덕분에 오사카에서 처음 직조를 경험하게 되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지역 상점이 그려져 있는 지도가 있길래 구경하다가 실 그림이 그려진 스튜디오를 발견하고 바로 방문하여 원데이클래스 참여가 가능한지 묻게 되어 만들게 된 내 생애 첫 위빙작품! 나는 이렇게 직조를 경험하고 2년 뒤에 직조를 배우기 위해 다시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 그래서 경험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자신이 경험한 내에서 사고하기 때문이다. 직조라는 것이 내 머릿속에 담겨 있기 때문에 내 카드로 꺼내쓸 수 있었다.  






첫 일본 방문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면 바로 신사이바시 아케이드가 문을 닫은 후 길에서 여러 친구들과 노점을 했던 것. 여행하며 자신이 찍은 사진을 파는 언니와 캐리커쳐 그림을 파는 친구 그리고 나, 이곳에서 오랫동안 노점을 했던 일본 현지 친구. 이렇게 넷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밤을 지새웠다. 밤새 이 아케이드를 지나가는 젊은 사람치고 이 일본현지친구가 만든 액세서리를 차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친구는 매일매일 성실하게 밤에 이 거리를 나왔던 것이다. 그 친구는 4-5년 후에 오사카에 심야식당 콘셉트의 이자카야를 오픈해서 축하해 주러 다녀왔었다.






이게 제 아이디어인데요!

휴학 후 복학을 했고,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하긴 했다. 졸업을 하긴 했지만 내가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없었기에 부모님께 맹목적인 취업준비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다 흥미로운 인턴쉽이 보여 잠시 인턴생활을 하며 행사 스태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곳에 의외로 할 일이 없어 사옥 옥상 잔디밭에 멍 때리고 있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생각보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남녀 할 것 없이 혼자 해외여행 가는 걸 두려워한단 말이지. 내 친구들과 현지에 있는 친구들을 연결해 주는 것, 재밌겠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스케치북을 꺼내 들어 내 친구들이 있는 나라로만 세계지도를 그려봤다. 친구들이 업데이트를 하면 국가에 new 가 뜨고 그곳으로 여행을 떠날 친구들이 클릭을 하면 어떤 친구와 어떤 여행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서비스였다. 지금은 에어비앤비나 액티비티 플랫폼이 굉장히 익숙하지만 10년 전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창업할 용기는 없었고 비슷한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있는 사람이 없나? 검색을 했고 한 회사를 발견하게 됐다. 대표를 찾았고 만나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감사하게도 만남을 수락해 주셨고 이 스케치북 아이디어 노트 한 장을 들고 사무실에 방문했고 내 아이디어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내 이야기 끝무렵에 대표님은


“갑작스럽겠지만, 인턴 해보지 않을래요?”


3개월 간 인턴생활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고 3년 6개월 간 이 회사와 함께 했다. 졸업한 이래 한 순간도 취업준비를 한 적이 없었지만 졸업한 지 1년도 안되어 취직을 하게 됐다. 이 스케치북 종이 한 장으로 원샷, 원킬.

이게 나의 이력서가 될 줄이야!





그 회사를 다니며 정말 다사다난한 일과 여러 업무를 했지만 여행하는공예가의 기질을 갈고닦게 해 준 데에는 해외출장만 한 것이 없었다. 첫 해외출장은 필리핀에 봉사여행을 기획하러 갔었는데 마침 오랜 펜팔 친구가 마닐라에 살고 있어 친구도 만나고 왔었던 1석2조의 출장.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네팔 출장. 산 날씨는 손바닥 뒤집듯이 시시각각 변하는데 매일 아침 감사하게도 화창한 하늘을 배경으로 자신을 뽐내듯 웅장하게 솟아있는 히말라야 설산을 보며 짜이를 마셨던 아침, 전기가 없어 헤드랜턴 불빛에 의존하여 수 백번 원카드를 외치며 했던 원카드 게임, 수도시설이 없어 주전자에 끓인 따뜻한 물을 부은 대야에 도란도란 앉아 고양이 세수를 하며 겨우 거지꼴은 면했던 시간. 고단했지만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못할 값지고 경이로운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두 번째 필리핀 출장은 여행 모니터링 및 매니징 하러 갔었지만 내가 제일 신나 보인다. 내가 수영을 정말 정말 잘했다면 저 인어 슈트를 입고 멋지게 바닷속을 헤집고 다녔을 텐데.






세계 3대 여행 박람회 중 하나인 WTM(world travel market)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부스 홍보를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정부에서 왕복 비행기와 부스비 지원을 해줘서 다녀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의외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멋진 호텔에서 행사장까지 4일간 출퇴근을 하니 마치 커리어 우먼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국에 간 김에 근접한 나라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고 마침 프랑스 친구가 영국에 올 수 있다며 함께 시간을 보내줬고 영국에서 공부할 때 알게 된 친구들도 소개해줘 박람회 행사를 마치고 짧은 휴가도 보내고 왔었다. 가는 나라마다 신기하게 늘 친구가 있고, 혹은 친구를 사귀게 되어 그 친구 때문에 다시 그 나라를 방문하게 되는 그런 사이클, 너무 좋다.


내가 서점에서 읽고 반한 책 속 저자처럼 살아보고 싶어 매듭공예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내가 꿈꿔왔던 일을 경험해 보고 막상 나와 맞지 않았음에도 휴학을 하지 않고 졸업을 했었더라면?

내 아이디어를 적어보고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회사 대표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내 나름대로 재미있는 인생을 살았겠지만 결국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점들이 모여 ‘여행하는공예가’ 라는 선을 그을 수 있게 된 것 같다…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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