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사전 미팅 전, 중, 후
출판사 출간 제안은 브런치 개설 시 미리 적어둔 작가 이메일로 연락이 옵니다. 그러니 평소 본인이 자주 접속하는 이메일 주소를 기입해 두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소중한 제안을 각종 스팸메일들 사이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놓치는 불상사가 생기면 안 되니까요.
출간 제안을 받고 출판사 담당자와 사전 미팅을 하게 될 경우, 작가가 사전에 별도로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출간 계약을 하기로 확정한 것도 아니고, 사전 미팅은 서로의 생각을 편하게 주고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저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다만 미팅 참석 전, 담당자님이 미리 보내주신 출판사 관련 소개 자료들과 포털 검색을 통해 해당 출판사가 과거에 어떤 책들을 주로 출간했는지, 언제 설립되었고 그간 어떤 활동들을 주로 해왔는지, 대표님은 누구신지(:D) 같은 것들을 미리 리서치해보고 미팅에 참석했습니다.
제게 출간 제안을 준 출판사는 채륜, 띠움, 채륜서란 브랜드를 운영 중인 출판사로 에세이 같은 문학 분야는 주로 '채륜서'로 발간하는 곳입니다. 채륜서가 과거에 발행한 도서 목록들을 살펴보며 어떤 무드의 글들을 선호하고, 주로 다루는지 미리 가늠해 봤습니다.
사전 미팅에서 담당자님께 제게 왜 출간 제안을 하셨는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봤습니다. 거듭 언급한 것처럼 저는 글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출간 이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며 더군다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와도 거리가 머니까요.
편집자님의 말씀을 요약하자면, 출판사들도 연간 출간 도서들의 라인업(계획)을 토대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최근 사회 메가 트렌드가 된 1인 가구를 주제로, 2030대를 타깃으로 한, 경험을 기반으로 한 현실적인 에세이집을 출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계셨는데, 미디어에서 소개되는 각종 유명인들의 fancy 한 모습 말고 이면의 더 소탈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필요했던 찰나, 마침 운이 좋게 브런치에서 막 뜨고 있었던(?) 제게 연락을 주신 것이죠.
당시 브런치에 포스팅되었던 5~6개의 에피소드들에서 어떤 부분에서 독자로서 특히 공감이 많이 되었는지, 앞으로 1인 가구로서 이러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일종의 글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과정에서 출판사에서 작가로서 제게 바라는 것들과, 제가 향후 더 다루고자 싶었던 이야기들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종의 Feel이 통했다고 할까요.
어느 정도 대화가 무르익자 담당자님께서 미리 준비하신 출간 관련 세부 사항들을 같이 살펴봤습니다. 전반적인 글의 방향성과 타깃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코드를 맞췄으니, 출간 시점과 가장 중요한 인세 관련 이야기가 남은 셈입니다.
채륜사의 연간 도서 출간 계획들을 고려했을 때, 제게 제안을 준 발행 시점은 연말(2020년 말)과 신년 초 (2021년 1월)였습니다. 논의 당시 약 6개월~7개월 뒤 시점이었는데, 평소 내 글 작업 시간들과 개인 일정들을 감안했을 때 그 정도 작업 시간이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처럼 본업이 따로 있을 경우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본인이 글쓰기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들을 잘 고려하시어 판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인세 관련 부분은 누구나 민감한 부분이라 제 정확한 인세를 공개할 수 없지만, 출간 경험이 없는 초임 작가의 경우 통상 한 자릿수의 인세가 범용적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인세를 5%로 계약했고, 최종 도서 판매가가 1만원으로 출시되었다면 1 권당, 1만 원의 5%인 500원이 작가에게 지급되는 인세입니다. 도서의 최종 소비자 판매가는 추후 글의 분량이나 책 관련 제작비, 기타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나중에 결정되는 부분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설이나 수필집을 평균 1만 원~ 1만 5천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어림잡으시면 무리 없을 것 같습니다.
인세 논의와 함께 초도 물량 논의도 함께 진행됩니다. 통상 3천 부~5천 부 정도를 초도(1쇄)로 찍는데 계약 기간 내에 초도 물량이 완판 되면 2쇄, 3쇄, n 쇄 발행이 됩니다. 초도 물량과 인세 관련 논의는 전설의 케바케(case by case) 영역이라 제 글은 그저 '참고'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다수의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받았다면, 이러한 사전 미팅을 각 출판사 담당자와 반복해 각 조건을 최종적으로 본인에게 가장 알맞은 선택을 하시면 됩니다. 저처럼 별도의 선택사항이 없다면, 컨택된 해당 출판사와 정식 계약 가부 여부만 사전 미팅 때 논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고민해보고 최종 의사 결정하시면 됩니다.
해당 출판사와 출간하겠다는 의사를 담당자에게 전하면 사전 미팅 때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범용 표준 계약서'가 전달됩니다.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이때 전달된 계약서는 어디까지나 1차 계약서이지, 최종 계약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책의 방향성과 출간 시점, 인세, 초도 물량 같은 굵직한 내용들은 미리 협의가 되었다고 하나, 기타 나머지 디테일들을 추가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에서 출간 계약 관련 작가가 염두에 두면 좋은 것들과 최종 계약 관련 주의 사항들을 이어서 소개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