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계약 맺기

05. 계약에 임하는 마인드와 경험에서 배운 꿀팁들

by 도시 언니

전 편에 이어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체결하는데 참고하시면 좋을 법한 내용들을 적어 봅니다.




먼저, 마인드


본격적인 출간 계약 체결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마인드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일종의 마음가짐에 대한 부분이죠.

모든 계약에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갑'과 '을'이 존재합니다. 출간 계약에서 이론적으로 '갑'과 '을'은 동등한 위치지만 출판사는 '갑, 작가는 '을'로 표현되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을'에 입장인 작가로서 조금 위축되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생전 처음 보는 출판물 관련 표준 계약서가 분명히 모국어로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소한 용어가 많았고, 문맥적으로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 망설이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담당자님께 꼼꼼히 질문하세요. 사실 저는 출간 계약은 처음이지만, 회사 업무로 각종 계약 관련 업무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들을 통해 잘 몰라서 부끄러운 것은 순간이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의 생각을 세세히 확인하지 않고 의례 '그렇겠거니'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동일한 문구에 대해 계약 당사자들끼리 서로 달리 이해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왕왕 목도했습니다. 또 나중에 언급될 부분이긴 하지만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분야와도 연관되어 있어 제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먼저 표준 계약서를 소리 내서 크게 읽어보며 이해가 가지 않거나, 낯선 용어들은 전부 표시했습니다. 그래고 해당 내용에 대해 정말 장문의 이메일을 담당자님께 드렸는데요, 지금 다시 이메일을 읽어 보면 참 별 걸 다 물어봤구나 싶은 부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법률 전문가도 아니고, 평범한 개인으로서 모르는 것들이 전혀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제가 질문하고 답변받은 내용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메일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고 꼬리를 무는 추가 질문까지 꽤 여러 번 담당자님과 주고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끔 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출판사에서 책도 내주고 마케팅, 홍보, 판매까지 다 해주겠다는데 괜히 이것저것 물어보고 귀찮게 굴었다가 혹시 계약이 엎어지지 않을까, 괜히 까다롭고 피곤한 작가로 낙인찍히는 것이 아닐까 고민되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자의적인 모호한 해석으로 혹여 향후에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낳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출판사 혹은 담당자가 문의드린 내용에 성실히 답변하지 않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해당 출판사와 계약은 과감히 접고 다른 기회를 찾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요구 사항을 전달하라,

모호한 부분에 대한 질의응답 과정이 끝났다면, 작가로서 출판사에 요청할 사항들에 대해 과감히 전달하세요. 단, 어디까지나 '주장'이 아니라 '요청' 사항임을 감안했을 때, 해당 내용을 출판사에서 100%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꼭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열린 마음으로 서로 의견을 조율하다 보면 양쪽 모두 수용 가능한 적정선이 정해지게 되는데 그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사항은 출판사에서 처음 전달된 표준 계약서는 어디까지나 '수정 가능한' 1차 계약서이지, 반드시 작가가 100% 수용해야 하는 절대 계약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양쪽에서 조율한 내용들이 반영되다 보면 얼마든지 문구가 변형될 수도 있고,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특별 조항(특약)' 같은 것들이 가장 하단에 추가될 수 도 있습니다. 계약서가 수정되거나 변형되는 것을 역시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각자 처한 환경과 입장이 다르니 세상에 절대 계약서 같은 것은 없으며, 오직 나를 위한 나만의 맞춤 계약서만이 존재한다!라는 마인드로 임하세요.


저 같은 경우 어쨌든 본업이 따로 있고 조직에 소속된 사람이다 보니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부분에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원활한 책 판매를 위해 일정 부분 저 개인에 대한 부분이 노출되는 것은 감안하겠으나, 혹시 그로 인해 제가 소속된 집단에도 영향을 끼칠 여지가 있는 부분들은 출판사 쪽에서 저와 꼭 사전 합의를 한 이후 결정하는 것으로 처리했으며, 인세 정산 관련된 부분도 정산 주기, 정산 방법에 대해 제1차 요청사항들을 전달한 후, 출판사와 협의, 조율하여 해당 내용을 계약서에 전부 반영했습니다.




합의 vs 협의


계약서를 보면 갑과 을이 '합이하여' 혹은 '협의하여' 결정한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일반인인 제가 합의와 협의의 법률적 정의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쉽게 풀어보면 '합의'는 반드시 양쪽 모두의 의견이 일치가 되어야 시행되는 부분이며, '협의'는 의견 수렴(조율) 절차를 거치돼, 서로 의견이 완전히 일치되지 않아도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령 언론이나 미디어에 제 신상정보를 출판사가 알리는 것을 사전에 '합의'했다면 반드시 제 사전 동의가 있어야 정보 제공이 가능하지만, '협의'하기로 계약했다면 제가 사전 동의하지 않아도 부득이한 경우 출판사에서 제 정보를 외부에 제공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한 글자 차이지만 효력 측면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부분이니, 계약 조항들을 꼼꼼히 보시고 출판사와 원만히 조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부분에 '합의'로만 처리하길 요청하면 출간 관련 일들이 빠르게 진척되지 못할 수도 있고, 다소 일방적인 무리한 요구가 될 수 있으니 적정선에서 본인이 꼭 '합의'되어야 하는 항목들만 잘 사수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계약서 최종 검토

더 이상 궁금한 것도 없고, 원하는 부분도 잘 조율되어 계약서에 충실히 반영되었는데 혹시라도 더 확실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다면 법률 전문가에게 계약서 검토를 받길 추천드립니다. 동등한 위치라고는 하나 그래도 '개인(작가)'와 '출판사(회사)'라는 체급의 차이가 있어 대부분 출판사의 경우 사내 법무팀이나 외부 법률 자문을 이용해 계약서 최종 검토를 합니다. 상대는 전문가에게 철저히 검토를 받는데, 저만 자체 검토로 끝낼 수 는 없으니까요. 주변에 법률 분야에 종사하는 지인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다면 무료 법률 서비스를 이용해서라도 최종 검토를 받아보세요. 다행히 저는 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들 입장에서 출간 계약은 아주 소소한(?) 계약 수준이지만 제게는 우주 정복과 같은 큰일이었으니까요.




계약서 도장 찍기 - 간인, 계인, 날인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지만 계약서에 도장 찍는 것이 가장 마지막 장에 이름 석자 쓰고 도장 쾅! 찍는 것이 아닙니다. 포털에 '계약서 도장 찍는 법'이라고 치면 아주 상세히 간인, 계인, 날인에 대해 안내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회사에 계약 관련 업무를 하다 배운 부분입니다. 각종 계약 경험이 없는 1020대 분들이나, 사회 초년생들도 익숙하지 않은 부분일 테니 꼭 확인하시어 누락 없이 도장을 찍은 후, 1부는 본인이 보관하고 나머지 한 부는 출판사에 보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사실 이 부분은 계약 전에 미리 알아봐야 하는 사항이지만 저와 같이 본업이 있는 분들만 해당되는 부분이라 가장 마지막에 적습니다. 출간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앞으로 저의 창작물로 부가 수익을 창출하니 행위이니 혹 본업이 정하는 '겸업 금지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지 미리 꼭 확인해 보세요. 이 부분은 각자 소속된 집단이나 조직에 따라 '겸업'이라 정의하는 범위가 각각 달라 개인적으로 미리 체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출간 작업이 혹 본업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도록 꼭 주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계약서에 도장을 쾅 찍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출판사와 어떻게 진행했는지 다음편부터 소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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