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최종 분량, 소요 시간 및 작업 기간, 목차 작업
사실 책 한 권을 위한 글의 분량은 해당 글의 유형이나, 성격, 책의 주제에 따라 매우 가변적입니다. 또 동일한 양의 글이라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편집해 독자들에게 보여줄 것인지, 삽화(그림)를 얼마나 넣을 것인지에 따라 전체 분량이 달라집니다.
저의 책 <독립하면 저절로 되는 줄 알았어>는 총 4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크게 4개 장으로 나뉘며, 각 장마다 10개의 에피소드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에피소드 1개의 분량은 A4 사이즈를 기준으로 1장~1장 반 정도의 분량입니다. 다만 A4 페이지 여백을 '좁게' 설정해 글 작업을 했으니 일반적으로 세팅되어 있는 기본 여백으로 변경해보면 대략 1개 에피소드당, A4 2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나올 것 같습니다.
초고로 출판사에 송부한 최초 합본은 목차를 제외하면 A4, 55 페이지 정도였습니다. (MS Word, 좁은 여백 기준이며, 폰트 사이즈 10입니다) 해당 분량에 '작가의 말' 별도 추가되어 최종 약 240 페이지로 출간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에세이나 소설책의 평균 두께는 200~250 페이지 정도입니다. 만약 그림(일러스트)을 많이 삽입한다면 최종 글의 양이 더 줄어들 것 같습니다.
글을 쓰고 해당 결과물을 공유하는 방법은 아마 작가별로 출판사 담당자와 협의하기 나름일 것 같습니다. 초고를 공유하기로 데드라인에 맞춰, 전체 초고 통합 물을 한꺼번에 넘기는 경우도 있겠지만 저는 편집자님께 1달에 10개의 에피소드를 작업해 중간중간 공유하기로 약속드렸습니다.
계약 시점에 이미 브런치에 써둔 10개의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에, 추가로 30개의 에피소드를 작업해야 했습니다. 1달에 10개, 3개월에 30개를 목표로 잡고 가열차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감이나 소재들은 평소 조각난 시간들에 미리 생각해 두었다가 잊지 않게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주로 글 작업을 했습니다.
1 달이면, 4주이니 1주일에 최소 3개의 에피소드를 쓴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4주 차를 일명 '보강 주간'으로 삼아 1개 추가 에피소드를 쓰고, 혹시 1~3주 차에 계획이 틀어져 쓰지 못했던 글을 쓰거나 성에 차지 않는 글들을 수정하고 다듬는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1개 에피소드를 쓰는데 평균 2~3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글이 아닌 일상에서 제가 느끼는 감정이나 개인적인 생각들을 주로 풀어내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본업이 있는 직장인이다 보니 퇴근 후에 주중 에피소드 2개, 주말 에피소드 1개를 작업하는 일은 나름대로 꽤 '빡셌'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로 각종 회식과 개인 약속들이 싹 사라져 저녁 시간들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후반 작업 시간을 제외하고 초고 작업에만 약 4개월이 걸렸습니다. (출간 제안 전 1달 - 브런치 사전 공개 에피소드 10개 + 출간 계약 후 3달- 책에 실릴 에피소드 30개= Total 40개)
글을 쓰기 전에 목차를 미리 정해두고 작업하시는 작가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저는 목차 작업을 후반에 했습니다. '1인 가구 이야기'라는 큰 주제에 편집자님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에 대해 개략적인 논의는 마쳤으나, 처음부터 목차 별 에피소드들을 고정해두고 작업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4개의 큰 글의 방향성은 미리 염두에 두고 글을 썼습니다.
1) 1인 가구로서의 현실적인 어려움 위주의 에피소드 (미혼/여성으로서 어려움 포함)
2) 1인 가구로서 살아보며 느낀 점, (1인 가구라면 공감할만한) 소소한 일상 위주의 에피소드
3) 1인 가구로 살면서 성숙, 성장 경험 위주의 에피소드
4) 앞으로 미래의 삶, 온전한 홀로서기, 자립에 대한 에피소드
에피소드들이 30개 정도 완성되었을 때, 해당 글들을 미리 정해둔 4개의 카테고리에 매칭해 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달에는 부족한 카테고리의 글을 채우는 형태로 작업을 진행해 초고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다음 각 카테고리들의 성격을 대변하는 목차 타이틀을 지었습니다.
1) 1인 가구로서의 현실적인 어려움 위주의 에피소드 (미혼/여성으로서 어려움 포함) -> 1장. 아무것도 쉽지 않았어
2) 1인 가구로서 살아보며 느낀 점, (1인 가구라면 공감할만한) 소소한 일상 위주의 에피소드 -> 2장.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3) 1인 가구로 살면서 성숙, 성장 경험 위주의 에피소드 -> 3장. 어른이의 성장 일지
4) 앞으로 미래의 삶, 온전한 홀로서기, 자립에 대한 위주의 에피소드 -> 4장. 생각보다 제법 잘 살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 중에는 '매일 정해진 양을 꾸준히 쓰는 것'을 강조하는 작가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천재적 재능으로 어느 날 갑자기 폭풍 같은 영감이 쏟아질 리 만무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제게도 그것이 제일 잘 맞는 작업 방법이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험공부도 벼락치기를 선호하는 제게 '규칙적인 글쓰기'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한편으로 품어왔는데요, 제가 내린 결론은 '좋아하니까 가능하다'입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하면 가장 좋겠지만, 인생은 대부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죠. 저 역시 어찌 보면 평생을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의 연속이었습니다.
운 좋게 출간 제의를 받아 제 이름으로 된 책도 한 권 냈지만, 저는 아직 제가 글쓰기를 잘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자신 있게 '정말 좋아한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지 않으니 하기 싫어서 끝내 미루고 싶고, 잘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평가 당하거나, 생계가 위험한 일도 아닌 '순수한 덕심'으로 행하는 일이었으니 아무리 피곤하고 지치고 고된 일상이었어도 매일 자그마한 노트북을 두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매일 이만큼 작업해서 책을 한 권 냈으니, 다들 저처럼 규칙적으로 글을 쓰시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어떤 모습으로든 성과를 이루실 것'이라는 것을 더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매번 말씀드리지만 제 이야기는 일종의 '레퍼런스'니까요. 그러니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어도 우리 모두 힘을 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