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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진 Jul 13. 2019

워라밸 좀 하면서 삽시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분리가 아니라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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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좀 주춤하지만 워라밸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회자됐던 시기가 있었다. 워라밸이라는 말은 일부 사람들에겐 다소 거북하게 느껴지는 말일 수 있다. 고용인보다는 고용주들에게, 힘없는 약자들보다는 힘 있는 기득권 계층의 사람들에겐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 ‘우리 때는 지금에 비하면 얼마나 빡세게 일했는데’, ‘우리 때에 비하면 요즘 젊은 세대는 너무 편한 세상에 살고 있지’ 이런 식의 인식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에겐 예전만큼 성실하지 않고, 열정도 없는 젊은 세대가 주장하는 워라밸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기성세대가 보기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이익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워라밸’이라는 구호가 다소 호전적이고 도발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야근하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의 척도로 생각하는 회사, 회사가 ‘열정’, ‘노오력’ 등의 키워드를 앞세워 희생을 강요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일들이 다반사인 세상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워라밸은 열정과 노력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이다.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워라밸을 지지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듯하다. 바람직하다. 그런 시대적 흐름이 투영된 것 중 하나가 광고이다. 광고만큼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콘텐츠도 드물 것이다. 그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은 물론 광고주들도 고객들의 마음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워라밸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일 것이다. 워라밸이라는 키워드를 품은 많은 광고들  중에 최근에 필자의 눈에 띈 광고가 있다. 홍삼 제품 광고인데, 퇴근 후 ‘진짜’ 나를 위해 해당 제품을 섭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광고를 보면 마치 직장에서의 나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것이고 퇴근 후의 나만이 ‘진짜’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광고 외에도 많은 매체에서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과 그 이외의 시간을 분리한다. 일은 힘들고 피하고 싶은 것, 일을 제외한 나머지가 진짜 삶, 이 같은 이분법적인 표현이 필자에게는 선뜻 공감이 되지 않는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워라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니, 어쩌면 그동안 말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의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여 그런 이야기를 조금은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된 이유가 더 클지 모른다. 어찌 되었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했고, 일 해온 시간 동안 정말 운 좋게도 일을 재미있게 했던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렇더라도 죽기 직전에 ‘일을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 할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아들에게 ‘열심히 일하라’고 유언하기도 싫다. 그렇지만… 최근 ‘워라밸’이라는 트렌드에 편승하여 예전에 비해 더욱 뺀질거리는 사람이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있자면, 이것은 워라밸의 부작용이 아닌가 싶다. 워라밸은 일하는 것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는 나머지 전체적인 삶의 균형이 깨진 것을 회복하고자 하는 요구의 발현이다. 그런데 기존에도 어떻게 하면 일을 덜 할까 꼼수 부리던 사람들까지도 ‘워라밸’을 방패 삼아 더 놀겠다고 뺀질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워라밸은 일과 생활의 분리가 아닌 균형이다.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자아를 찾기 위해?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행 가기 위해? 남들도 다 하니까? 수천 가지 답이 나올 수 있으나 미사여구 다 떼어내고, 멋있는 척하지 않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먹고살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렇다. 살기 위해서, 즉 생존을 위해 일을 한다. 그렇다고 요즘 같은 세상에 그냥 밥만 먹고살 수는 없을 것이다. 가끔은 나를 위한 작은 사치도 해야 하고, 여행도 가야 하고, 좋은 교육도 받아야 한다. 즉, 그냥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잘 생존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본능이자 바람이다. 워라밸의 출발도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즉, 잘 살아보자는 요구의 발현일 것이다. 각 기업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발 빠르게 활용한다. 자사의 제품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과 삶을 대립하는 구도로 프레임을 만든다. 이런 분위기는 자칫 일과 삶은 별개의 것이라는 오해를 양산하고 잘못된 인식이 고착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은 삶의 일부분이다.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일과 삶을 분리해서 대립시키는 순간, 진정한 ‘워라밸’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분리’가 아니라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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