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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진 Dec 04. 2019

일을 잘한다는 것의 기준

신속, 정확 그리고 선제적으로

요즘 제가 다니는 회사에 신입 사원 채용이 늘고 있습니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딘 친구들이죠. 그들과 대화를 해보면 다양한 관점, 재미있는 아이디어, 엉뚱하거나 기발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신선합니다.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소신 같은 것도 느껴지고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아주 작은 것(하지만 생각해보면 중요한 것) 까지도 궁금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기야 처음 하는 직장 생활이 얼마나 낯설고 생소할지 짐작이 됩니다. 신입 사원 중에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업무를 파악하는 스타일도 있고, 빨리 뭔가 업무를 받아서 결과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스타일도 있습니다. 스타일 차이는 있지만 두 스타일 모두 공통적으로 일을 잘 해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죠.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며칠 전에 신입사원들과 대화하는 중에 "일 잘하는 것"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이 이렇게 질문을 했습니다.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실 이것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맡은 업무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고, 의사소통도 잘해야 하고, 오픈 마인드여야 하고, 프로그래머라면 코딩을 잘해야 하고,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등 각종 업무 용 소프트웨어를 능숙하게 잘 다루어야 하고, 보고서를 잘 써야 하고... 등등.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단편적인 것입니다.


저에게는 저 나름대로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지난 24년 간 일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적용했던 기준이며, 제가 평가했던, 그리고 앞으로 평가해야 할 대상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첫째, 빨라야 합니다.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마다할 상사, 동료, 고객은 없을 것입니다. 특히 요즘 같이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스피드는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입니다. 둘째, 정확해야 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고 말끔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신용의 기반입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신뢰는 일을 통해 쌓이는 것이니까요. 셋째, 한 발 앞서야 합니다. 지시에 의해, 요구에 의해 일을 하는 것과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을 한 발 앞서 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세 가지 기준 중에 한 발 앞서서 선제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속, 정확하지만 매번 한 타이밍씩 늦다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세 가지 기준을 만족시키는 사람을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면 간단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식과 기술, 즉 실력이 없으면 절대로 빠르고 정확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일 센스가 없는 사람들은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합니다. 항상 너무 오버해서 앞서 가거나, 한 템포 늦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니 위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려면 끊임없이 배워서 지식을 습득하고,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서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많은 시도를 통해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일 근육, 일 센스를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하기가 쉽지 않은 줄 매우 잘 압니다. 그런 사람이 흔하진 않죠. 확실한 것은 우리 주변에 (아주 가끔씩이긴 해도)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를 가끔 좌절시킬 때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두를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나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다면 말입니다. 어디 일 잘한다는 소리 듣기가 쉽겠습니까? 어른들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 떠오르네요. "남의 돈 먹기가 쉬운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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