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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진 Nov 20. 2019

현재에 충실하라?

7살 아들이 아빠에게 던진 화두 (feat. 아빠둥절)

며칠 전, 7살 아들과 밥상머리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들 때문에 제가 믿고 있던 것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들: 아빠!

아빠: 응

아들: 아빠, 과거는 지나간 거지?

아빠: 그렇지

아들: 그럼 미래는 뭐야?

아빠: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자, 지금부터 1부터 10까지 세어봐

아들: 일, 이, 삼, 사.... 십

아빠: (아들 꿀밤 콩 때림) 아들, 1부터 10까지 세기 전에 말이야, 아들이 10까지 다 세고 나면 아빠한테 꿀밤 맞을 줄 알았어?

아들: 아니

아빠: 그것처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미래야

아들: (알아 들었는지 못 알아 들었는지 확실친 않으나) 아~~ 그렇구나

(계속 식사를 이어 가다가....)

아들: 근데... 현재는 없는 거 아니야?

아빠: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왜 그렇게 생각했어?

아들: 과거는 지나간 건데, 지금 내가 말하는 것도 곧 과거가 되어 버리니까

아빠: (멘붕...) 그... 그렇지, 그럴 수도 있네


많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많은 멘토들이 '현재에 충실하라', '현재를 즐겨라'라고 이야기합니다. 몇 년 전에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의 저서, <선물(The Present)>이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었죠. 저 또한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과거는 부도 수표, 현재는 현금, 미래는 백지수표"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제가 '현재'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소개한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현재'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 경험을 한 후에, 과연 '현재'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직 시원한 답을 찾은 건 아닙니다만) '현재'에 대한 몇 가지 정의를 나름대로 해봤습니다.


첫째는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기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수험생에게는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가 현재이고,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직장인에게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가 현재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꿈과 내가 매일 겪는 현실과의 차이는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아직 겪지 못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내가 매일 맞닥 뜨려야 하는 현실의 차이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셋째는 어쩌면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구분 짓는 경계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단순히 시간의 개념으로 보면 제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짧게 보면 현재는 찰나의 순간이고 곧 과거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저도 스스로 납득할만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렇더라도) 저는 미래를 꿈꾸되 현재에 충실한 삶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순간순간의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결국 현재의 점이 제 미래의 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제 삶을 돌이켜 보면 지금 저를 있게 한 무수한 점들이 제 선의 방향과 모양을 결정했음을 알 수 있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에게 '현재'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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