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청환
오전 여덟 시쯤 나는 오락가락한다
20퍼센트는 효자이고 32퍼센트는 불효자다
센터**에 가기 싫어하는 엄니를 보면 늘 고민인데
억지로 보내고 만다
정확히 오전 열 시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불효자다
엄니 따윈 잊고 웃고 떠들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며 오롯이 내 생활을 누린다
점심 먹을 무렵 아주 가끔 엄니는 오늘 무슨 반찬이 나왔을까 많이 드셨을까 집에서처럼 괜스레 눈치보느라 덜어 놓지는 않을까 얼핏 생각도 하지만 아주아주 가끔이니 0.5퍼센트 정도 효자이고 나머지는 불효 또는 잘 모르겠는 무엇이다
오후 여섯 시가 되면 엄니를 마중 나가고 오늘 센터가 어땠는지 물어보는데 아마도 37퍼센트 정도 효자인 것 같다
저녁 식탁에서 생선 가시를 발라주며 숟가락에 반찬을 얹어 드리고 흘린 것을 닦아 줄 땐 82퍼센트 정도 효자라고 후하게 쳐 준다
저녁을 먹은 후론 엄니를 방에 혼자 두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텔레비전도 보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 하지만 수시로 문을 열고 나와 말을 거는 엄니에게 건성으로 말대꾸를 해주며 좀 성가시다는 생각도 한다 종종 짜증도 낸다 그러니까 잘 쳐줘서 53퍼센트 정도 효자다
밤 아홉시 쯤 기저귀에 실수를 하고서도 시침을 떼거나 오히려 화를 내실 때는 살짝 밉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니 반반이다
목욕을 시키며 이만하면 효자 90퍼센트는 너끈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며 자리끼를 준비해 놓고 이불을 덮어 드리고 말라비틀어진 고욤 같은 젖꼭지를 간질이며 몇몇 실없는 농담을 얹어 장난도 치고 팔다리를 주무르는 십 여분은 분명 95퍼센트 이상 효자다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잠들기 전 울 엄니 밤새 편안히 돌아가셨으면, 하고 엄니가 죽기를 바랄 때가 있는데 이때는 솔직히 몇 퍼센트 불효인지 가늠이 안 된다 그저 안녕히 주무셨으면 좋겠다 그저 안녕히
오해 마시라, 이것은 대략 100일간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일 뿐이다
엄니 인생 33,945일 중 0.3퍼센트
내 인생 18,980일 중 0.6퍼센트다
나머지 99.7퍼센트 또는 99.4퍼센트는 엄니가 나에게 최소한 이렇게 했거나 이보다 더했을 아주 평범한 날들이었다
이후 엄니는 원주 누나 집에 몇 달 더 계시다가
요양원으로 가셨다
* 신동호 시 ‘어떤 진보주의자의 하루’를 오마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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