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신호등
/ 박청환
빨강의 끝이면서 초록의 시작
초록의 끝이면서 빨강의 시작
접속사 같은
어느 땐 그리고 어느 땐 그러나로 기록되며
바쁘게 지나치거나 다급히 멈추거나
잘못 쓴 접속사가 문장을 망치듯
가끔 사고를 만나기도 하는 곳
잠길 듯 말듯 징검다리 같은
마음 숨긴 소개팅 주선자 같은
막과 막 사이 삐에로 같은
갈림길 같고 합류길 같은
겨울과 여름의 어디쯤
반짝 고개 내미는 봄 같은
초록을 여는 열쇠 혹은 자물쇠
빨강을 닫는 자물쇠 혹은 열쇠
대문 틈으로 훔쳐보던 옆집 순남이처럼
마음 다 보여주지 못해
늦은 밤 한적한 곳
깜빡깜빡 점멸등으로 안타까운
숨은 듯 다 보이는
지구에 사는 달의 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