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청환
임신 중인 고양이를 보았다
금슬 펜션 바비큐장 주변에서 삼겹살을 받아먹으며 살고 있었다
텃밭 고라니 덫에 걸려 뒷다리 하나를 잃은 녀석은 야성을 내려놓고 스스로 집고양이가 되었다 한다
사람에게 다리 하나를 내어주고도
다시 사람의 동정을 구걸하는 저 생존
물안개 피어오르는 뿌연 새벽 펜션 근처 낚시터를 산책했다
해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손맛만 보고 다시 놓아준다니
그 옛날 바늘마저 마다한 강태공에는 못 미쳐도
천렵에 매운탕이면 사족을 못 쓰는 나에 비해 얼마나 고매한 인품들인가
이슬 젖은 쓰레기를 모으던 관리인을 만났다
단 돈 이만 원이면 대물의 손맛을 원 없이 느끼니 이런 힐링이 어딨겠느냐며 권한다
돌아오는 길에 그 고양이를 다시 만났다
어젯밤 삼겹살을 던져 준 나처럼
어느 인정 많은 낚시꾼의 덕행이었을까
다리 하나가 짧아 앉고 일어설 때마다 쿵덕쿵덕 방아 찧던 평상 밑으로
손바닥만 한 붕어 한 마리를 물고 기우뚱기우뚱 숨어들고 있었다
그때 저 편 낚시터에서 첨벙 대물이 튀어 올랐다
짧은 순간 나는 보았다
여기저기 찢어져 해진 대물의 입술과
게으른 햇살에 윤슬로 반짝이는 푸른 피보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