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청환
태초에 새우들이 있었다
밀려오는 파도에 스스로 등을 굽힐 줄 아는 순박한 그들이었지만
먼 먼 바다에서
고래 등쌀에 쉴 새 없이 새우등이 터진다는 소문이 들려오자
분노한 새우들 떼를 지어 이빨을 갈고 다리를 단련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분노가 파도를 넘던 날
고래보다 더 커진 새우떼가 고래를 포박하여 절벽 아래로 유폐시켰다
그후 바다에서는
등 굽은 새우들이 창을 꼿꼿이 세우고 고래등 같은 새우 왕국을 건설했다
그런데 요즘
허리를 펴고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신종 새우들이 여기저기 출몰하고
심해 절벽 어디선가 힘을 비축한 고래가 반격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