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청환
봄은 선거의 계절
겨우내 쉬지 않고 수맥을 살피며 표심을 다져온 후보들
3월부터 시작된 물밑 경선은 치열했다
말라비틀어진 껍질 속에서 소리 없는 총성이 울리고
대지는 푸른 전단지를 찍어댔다
성질 급한 후보들은 전단지가 배포되기도 전에
노랗고 빨갛고 하얀 출사표를 먼저 내밀었다
봄까치꽃이 가장 먼저 후보 등록을 했고
산수유 매화 목련 개나리에 이어
대선 주자라 불리는 진달래 벚꽃까지 차례로 유세에 돌입했다
4월이 되자 군소 정당의 향기는 대선주자에 가려 삽시간에 묻혀버리고
세상엔 오로지 진달래 벚꽃만 존재하는 듯했다
멀리서 보면 진달래인 듯 영산홍 철쭉이 위성정당처럼 창궐하고
공약은 부풀려졌으며 거짓이 난무했으니
유권자들은 점점 불안한 향기에 취해갔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도로에 철 지난 공약들이 나뒹굴고
향기는 악취로 변했다
구둣발에 밟힌 채 먼지를 뒤집어쓴 민들레가 드문드문 목격된 것도 그즈음
더운 여름과 혹독한 겨울을 견딘 후
민들레는 내년 봄
다시 또 민들레로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