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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Sep 02. 2016

머니 몬스터

스릴러로서는 무난,  고발은 실패

요 몇 년 새 우리 사회 꼬집기가 충무로의 대세가 되어 버린 것처럼 금융위기 이후 헐리우드의 트렌드는 월가 비틀기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던 ‘빅쇼트’(2015)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를 비롯 ‘마진콜’(2011) 등은 비정한 자본시장의 생리를 고발한 작품들이다.    

이러한 대세에 편승한 또 한 작품이 최근 개봉했다. 우리에게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베테랑 배우로 잘 알려져 있는 조디 포스터가 메가폰을 쥔 ‘머니 몬스터’(Money Monster).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시청률 높은 금융 프로그램의 사회자다. 시청자들은 그가 추천한 종목에 베팅을 해서 돈을 벌기도 하지만 때로는 잃기도 한다. 어쨌거나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은 것은 리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느 날 리가 진행하는 생방송 도중 괴한이 스튜디오에 난입해서 리를 인질로 잡는 사건이 발생한다. 카일(존 오코널)이라는 괴한은 담당 PD인 패티(줄리아 로버츠)에게 방송을 중단하지 말라고 요구하며 리가 권유했던 투자회사인 IBIS가 8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원인을 밝히라고 한다.    

IBIS의 투자손실은 결국 IBIS의 주가에 영향을 미쳐 저축보다 안전하다는 리의 말을 믿고 IBIS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날린 카일이 소동을 일으킨 것이다.    

‘머니 몬스터’가 자본시장을 배경으로 한 앞선 작품들과 다른 것은 전개 방식이다. ‘머니 몬스터’는 ‘마진콜’처럼 진지하지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처럼 해학적이지도 ‘빅쇼트’처럼 어렵지도 않다.    

금융이라는 소재를 차용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실은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다. 스릴러를 다루는 조디 포스터 감독의 솜씨는 상당히 뛰어나다.    

카일이 라이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스튜디오에 난입해 진행자인 리를 인질로 잡으면서부터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급상승한다. 상당기간 유지되던 영화의 긴장감은 그러나 리를 인질로 잡은 카일이 IBIS 회장을 만나러 나가는 순간부터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한다.    

연출자로서는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는 더 이상 영화를 끌고 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해서 무대를 확장했겠지만 결과적으로 패착이 되고 말았다.      

‘머니 몬스터’는 독특한 전개를 통해 자본시장을 고발하려 했지만 사건의 전개를 통해서가 아니라 주로 실패한 투자자인 카일의 심정 토로를 통해 문제점을 겉핥는데 그친다. 영화만 봐서는 IBIS의 투자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차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짐작하건대 프로그램 매매 조작으로 인해 IBIS는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며 아마도 이 사실을 알고 반대매매를 했던 누군가는 큰돈을 벌어 다른 곳에 투자했을 것이다.    

‘머니 몬스터’는 말하자면 실패한 고발물이다. 하지만 스릴러로서는 한동안 견딜만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무난한 작품이다. 조디 포스터 감독의 건투를 빈다.    

20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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