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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Sep 03. 2016

트루스

사실과 진실

언론은 (겉으로 드러난) 사실을 보도하지 (감춰진) 진실까지 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진실을 전하고 싶은 방송인이 있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2004년. 미 방송국 CBS의 고발 프로그램 ‘60분’의 프로듀서 메리 메이프스(케이트 블란쳇)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재선 운동을 하고 있는 조지 W 부시의 병역비리에 관한 제보를 입수한다.    

내용은 베트남전쟁 중이던 1968년(당시에는 미국도 징병제였다), 명문가의 자제 부시가 부정한 방법을 써서 텍사스 주방위군에 입대하였으며 불성실하게 복무하고 조기 전역했다는 것이었다.    

사실이라면 대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또래의 젊은이들이 베트남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갈 때 안전한 주방위군에서 그것도 공군 파일럿으로 근무하며 훈련 기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고 조기 전역한 자가 과연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전쟁을 지휘하며 젊은이들에게 죽음을 명령하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을까?    

메리는 제보를 토대로 당시 부시의 상관 등의 증언을 얻으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병역비리를 증언해주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증인 미확보로 고민하던 메리는 그러다 부시의 군복무 관련 기록을 입수하게 되는데.. 과연 사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진실은?    

개봉 중인 영화 ‘트루스’(Truth, 감독 : 제임스 밴더빌트)는 미국의 제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병역비리를 보도했던 미 CBS 방송국 ‘60분’팀의 취재과정을 당시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였던 메리 메이프스의 저술 ‘진실과 의무 : 언론, 대통령, 그리고 권력의 특권’(Truth And Duty: The Press, The President, And The Privilege Of Power)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당시 보도를 주도했던 프로듀서의 저술을 토대로 만든 작품인 만큼 부시 대통령의 병역비리는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당시 프로그램은 끝내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오히려 취재과정의 부주의가 빌미가 되어 보도를 주도했던 프로듀서 메리 메이프스는 해고되었으며 무려 24년 동안이나 CBS 뉴스의 간판 앵커였던 댄 래더(로버트 레드포드)는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부시의 병역비리를 증언해줄 증인을 확보하지 못해 고민하던 메리는 부시의 상관이 작성한 부시의 복무기록을 입수한다. 그것은 부시 중위가 출근하지 않아 그의 근무 평가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문서가 원본이 아니라 여러 차례 복사된 사본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감정을 통해 문서가 위조되지 않았음을 확신한 메리는 입수한 문서를 바탕으로 부시의 병력비리에 관한 방송을 내보낸다.    

결과는?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방송이 나가자 문서의 글자체와 행ㆍ자간 등이 당시 사용하던 타자기로는 작성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메리와 ‘60분’팀은 사면초가에 빠진다.    

그러자 사람들은 부시의 병역 문제보다는 ‘60분’팀이 증거라고 내놓은 문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결국 문서가 위조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못한 CBS는 사과방송을 내기에 이르고 자체조사를 받은 메리는 해고된다.    

한번이라도 고위층의 자제가 자진 입대했을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느냐는 조사관의 질문에 메리는 부시의 군복무에 관한 문서를 위조하려면 그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하겠느냐고 되묻는다. 사실상 위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영화는 현직 대통령의 병역 비리를 보도한 용기 있는 저널리스트들에 관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쓰는 이는 진실(Truth)과 사실(Fact)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보았다.    

누군가가 부시의 병역 문제를 고발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부시가 진실로 병역비리를 저질렀는지는 알 수 없다. 메리는 사실을 보도했지만 그 것이 진실이라는 건 밝히지 못했다.    

심증은 가지만 메리가 부시의 병력비리에 관한 온전한 팩트조차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팩트 파인딩(Fact Finding)은 언론의 생명이다.    

메리 메이프스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은 블루 재스민에 이어 두 번 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다가선듯하다.      

20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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