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 하이웨이 Nov 12. 2016

향수에 젖어서

박정희 시대인 1960~70년대에 우리나라는 거의 매년 10%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1960년대의 전 세계적인 호황 그리고 워낙 가난한 나라였던 만큼 큰 폭의 성장을 할 수밖에 없던 탓도 있으나 어쨌든 국민의 대다수는 오늘날 이 만큼이라도 먹고 살게 된 걸 다 박정희 덕으로 생각한다.    

이후 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소득격차의 확대 그리고 IMF와 리먼 사태와 같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박정희와 그의 시대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우리 국민은 경제 성장기에는 민주화를 민주주의 신장기에는 경제 성장을 생각했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선출한 2007년과 2012년, 국민들에게 성장 시기에 대한 향수병이 집단적으로 발병했다.    

특히 박근혜를 선출한 18대는 향수병의 절정이었다. 국민들은 전혀 준비가 안 된 박근혜에게서 박정희를 보았다. 그 결과가 작금의 참담한 현실로 나타났다.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미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미국인들이 정치와 행정 경험이 전무한 노회한 사업가를 선택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한 가지는 미국인들이 트럼프에게서 로널드 레이건을 보았다는 것이다.    

레이건 집권기인 1980년대는 전후 질서가 재편되며 전 세계적으로 큰 폭의 경제성장을 기록했던 1960년대를 제외하고 어느 때보다 미국이 호황을 누렸던 시기다. 1970년대 이후에 집권한 미국 대통령 가운데 레이건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끌어낸 대통령은 없다.    

뿐만 아니라 레이건은 전임자인 카터가 실추한 미국의 위상을 힘으로 끌어올렸다. 레이건은 경제를 살린다며 규제를 철폐하고 세금을 인하하였으며 정부 지출을 줄였지만 방위예산만은 증액했다. 그 결과 기업 활동은 활발해졌지만 빈민과 노인, 아동을 위한 복지혜택은 크게 축소됐으며 그레나다와 리비아같은 작은 나라들을 침공하며 팍스아메리카나를 과시했다.    

레이거노믹스라고 불리는 레이건의 경제 정책은 오늘날 전 세계적인 부의 양극화를 부른 신자유주의의 출발이기도 했다.    

미국인들이 준비된 대통령이라던 힐러리 대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을 것 같은 트럼프를 선택한 것은 ‘못 살겠다, 바꿔보자’라는 심리도 한몫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특정 소수에게 부가 편중되고 다수는 경제적 과실을 얻지 못하는 원인은 다름 아닌 레이건 시대의 경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못 살겠다며 선택한 대통령에게서 미국인들은 그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을 본다.    

물론 트럼프는 아직 취임도 하지 않았으니 앞으로 그의 시대가 어떻게 열릴지는 알 수가 없다. 과연 그가 미국을 구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미국을 말아먹는 대통령이 될까?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참 몹쓸 향수병이라는 것이다.    

2016.11.12

작가의 이전글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