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정부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이하 청탁금지법) 개정을 검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청탁금지법 개정을 검토하려는 이유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농수축산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등을 목적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금품 등은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탁금지법 시행령에서는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경조사비 등의 범위를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청탁금지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정부 일각에서는 이 기준이 지난 2003년 만들어진 공무원 행동강령에 근거한 것으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법 시행 이후 관련 산업이 위축되었다는 경제부처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면 지난 2012년 8월 입법예고 후 무려 4년간의 논의를 거치는 동안 정부는 이런 영향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아니면 이러한 경제적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법 시행을 통해 얻는 사회적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법 시행에 이르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내수 위축을 이유로 시행된 지 1백일 밖에 되지 않은 법령을 개정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
이 법의 적용 대상자는 공무원과 법에서 정한 공공기관(학교법인과 언론사 포함)의 종사자 등이며, 그 밖의 민간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설령 법 시행으로 인해 경기가 위축된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정부가 공무원이나 공직자 등이 수수 가능한 식사나 선물 등의 가액 범위를 조정해서 경기를 살리겠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만약 청탁금지법 때문에 관련 산업이 위축된다고 생각하면 정부보조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음은 정부의 경제정책 때문이지 맑고 바른 사회 실현을 위한 청탁금지법 때문이 아니다. 만약 청탁금지법 때문에 경제가 좋지 않다면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받친 건 부정이었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법과 무관한 국민의 절대다수는 법 시행을 찬성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 인식 간에는 많은 거리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청탁금지법 개정을 재고하기 바란다. 청탁금지법 개정 안 된다.
20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