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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Jan 11. 2017

그들만의 민주주의

박근혜 정부가 정책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의 명단을 별도로 관리한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특검조사 확인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윤선 문화체육부장관은 지난 9일 국정조사특위에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느냐는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블랙리스트를 직접 보지는 않았고 작성 경위 등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하는 답변을 했다.       

만약 박근혜 정부에서 정권과 뜻이 맞지 아니하는 문화예술인의 명단을 작성해 지원을 배제했다면 이는 헌법상 보장된 언론, 출판,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들이 표현의 자유 등 헌법을 위반했다는 내용도 영장에 적시했다고 10일 밝혔다.       

블랙리스트가 언제 누구의 지시와 주도로 작성되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는 앞으로 소상히 밝혀야 할 과제이지만 존재만으로도 이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라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SBS, 조선일보 등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블랙리스트는 지난 2014년 10월경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임명 직후 수석실별로 블랙리스트를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비서관들이 실무를 주도했다고 한다.       

사실 관계는 특검 조사를 통해 좀 더 확인해야 할 사항이지만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의 몸통이라 할 것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유신헌법(헌법 8호) 제정시 법무부 소속 검사로서 실무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한국식 민주주의’를 표방한 유신헌법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한 제12조,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 제13조, 통신의 비밀을 보장한 제15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제18조 등에 대해 법률에 의한 제한을 두었다는 것이다.       

즉 법률에 따라 필요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 같은 기본권의 제한은 우리 헌법에서 제정시(1948.7.17) 두었다가 4.19 이후 개정된 헌법 제4호(1960.6.15)에서 페지되었으나 유신헌법에서 부활한 것이다.       

이와 같은 기본권 제한에도 불구하고 헌법 제정 당시부터 현행헌법까지 단 한 번도 법률에 의한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다. 학문과 예술의 자유는 김기춘 실장이 초안했다는 유신헌법에서도 불가침의 영역으로 적어도 헌법상으로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졌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부와 맞지 않는 문화예술인들을 특별 관리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마저 무시한 것이다.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은 10일 국회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민주주의가 철저한 분’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지난 달 22일 청문회에 출석해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존경한다며,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유에 대해 항상 제게 하신 말씀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야 한다고 했고 그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기춘 실장, 우병우 수석, 조윤선 장관은 모두 엘리트 법률가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도대체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201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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