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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Feb 21. 2017

김민희·홍상수, 그들을 내버려 두라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출연한 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우리 영화는 베니스(강수연, 1987년)와 칸(전도연, 2007년)에 이어 베를린에서도 여우주연상 수상자를 배출함으로써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를 보지 못했으니 내용과 주연배우인 김민희의 연기에 대해서는 뭐라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연출자인 홍상수 감독과 주연배우인 김민희의 사생활을 두고 영화와 관련지어 해석하고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라면 그들은 불륜 관계다. 유부남인 홍상수 감독이 김민희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사생활이 떳떳하냐고 묻는다면 이에 대해 따로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사생활 때문에 예술이 욕을 듣는다면 이것은 다른 문제다.    

영화의 내용이 묘하게도 감독과 배우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영화는 영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내용과 주제 등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감독과 배우의 사생활로 인해 영화가 건전한 비판이 아닌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으며 (그렇게 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은 태도다.    

영화가 감독의 의식을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그 것은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지 비난의 이유는 될 수 없다.    

홍상수 감독은 예술영화를 하는 사람이다. 제작 시스템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상업영화의 연출자가 아니라 제작, 각본, 연출을 모두 스스로 담당한다.    

수만으로 추정되는 고정 팬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의 영화는 대개 고정 팬들에 의해 소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징 가운데 하나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없음에도 홍감독 스스로 19禁으로 자신의 작품을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의 신청한다는 점이다.    

가급적 많은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관람 연령을 낮추려 노력하는 보통의 상업 영화 시스템과는 다른 부분이다.    

이처럼 자기 세계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사생활로 인해 그의 예술까지 가치 없는 것으로 폄하되는 현상은 일찍이 들어 본 일이 없다.    

피카소의 드러난 첫 연애 상대는 유부녀였으며 그의 나이 45세 때는 반대로 유부남인 피카소가 17세 연하의 그림 모델에게 구애를 해서 딸까지 둔다. 피카소의 부인은 이혼을 요구하였지만 피카소는 재산 분할 문제로 이혼을 거부했다. 피카소의 여성편력은 일흔이 넘어서도 계속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카소의 여성 편력 때문에 그의 그림이 평가절하 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사생활에 대한 비난은 도를 넘어섰다.    

백번을 양보해서 공인(公人)의 개념으로 감독과 배우를 묶는다고 하더라도 공인이기 때문에 사생활에 제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사생활의 자유가 무제한으로 주어진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느 뉴스에서 영화의 내용과 사생활의 관련성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해명해야 한다는 말인지 언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보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며, 사생활을 침해받지 아니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에 해당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적 가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왜 또 다른 헌법적 가치는 그다지도 쉽게 팽개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인심이며 세태다.    

오직 홍감독의 가족만이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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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ntertain.naver.com/read?oid=112&aid=0002895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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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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