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가야할까 말아야할까.

애바애 원바원

by Hannah

우리 첫째는 작년 이중언어 영유를 2년차로 졸업하고, 운 좋게도 근처 사립초에 당첨되어 사립초에 입학하게 되었다(현재 초2). 둘째는 같은 영유에 5살부터 입학해서 현재 3년차로 재원 중이다. 늘 있었던 영유 논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애바애, 원바원“이다.


첫째는 5살 때 학습식 영유에 일주일 정도 재원한 적이 있다. 원이 집과 가깝고, 학습 아웃풋이 괜찮다는 평이 많았고, 확장이전까지 한지라 별 생각없이 영어나 많이 듣다 오라는 마음으로 보냈는데, 그 짧은 기간 아이가 많이 불안하고 우울해 보였다. 원에서 보내준 사진 속 활기를 잃은 아이의 표정이 꼭 시든 꽃 같아 보여 과감히 입학 일주일 만에 원을 나왔다. 아이는 원래 다녔던 어린이집으로 돌아갔다. 건강하게만 자라달라던 바람이 어느덧 이왕이면 학습도 좀 했으면 하고 바뀌어 버린 내 욕심에 스스로를 참 많이도 책망했던 때였다.


영유에 대한 환상이 깨진 건 그때부터인 것 같다. 내가 그리던 영유는 정말 말 그대로 영어로 생활하는 “유치원” 이었는데, 영유는 영어 어학원이었다. 조금은 완벽주의 성향에 불안이 높은 우리 아이가 지닌 성향은 학습식 영유와 잘 맞지 않았다.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만 생활하는 원이 아이에게 불명확하게 다가왔고, 불안했을 것이다. 게다가 유아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선생님들의 케어 방식도 불편했으리라. 물론 그 와중에 잘 적응하며 즐겁게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고, 졸업 후 지금까지 영어를 매우 잘하는 친구들도 주변에 많다.


그래도 영어학습 환경에 대한 필요성을 늘 느꼈던 나이기에 영유를 포기하기는 어려웠다. 서울 동네의 일반 고등학교에서 내신을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서울대 수시 떨어지고, 연대 수시로 대학 입학한 나. 입시 망했다며 학교 선생님들께서 상담 때 엄마를 위로해 주셨다고 한다. 그렇게 동네에서 나는 나름 용이었지만, 입학 후 학교에는 어나더레벨의 용들이 많았다. 알고보니 나는 도마뱀이었습디다?


특히 영어에 있어서는 외고 출신이나 특별전형으로 온 친구들이 많아서 격차가 컸다. 내가 이제 막 회화 공부 좀 해보겠다고 교환학생 준비하며 토플 공부할 때, 이미 토플 만점으로 입학한 친구들, 바로 국제 모의유엔 대회에 출전하는 친구들을 보며, 소통 수단으로써의 영어가 절실하게 느껴졌다. 이는 사회생활에서도 이어졌다. 나는 대기업에서 해외사업 부문 HQ에 있었기 때문에 해외 지사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때가 많았고, 비즈니스 영어는 단순 회화 이상의 실력을 요했기 때문에 영어는 늘 내 발목을 잡았다.


아무튼 그래서 포기하기 어려웠던 우리 아이의 언어로써의 영어.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내가 겪은 어려움을 우리 아이는 겪게 하지 않겠다는 반영으로 지역구를 넘나들던 검색 끝에 광진구에 위치한 이중언어 원으로 6살부터 첫째 아이를 보내게 되었다.


원은 말 그대로 정말 “좋은” 곳이었다. 원장님의 관심과 애정이 교실마다 닿아있는 따뜻하고 안전한 곳이었다. 아이들의 독서와 창의성이 독려되고 어느 정도 영어에 노출될 수 있었다. 이중언어 환경인 만큼 한국어로 생활하는 부분도 많아서 이해할 수 없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첫째에게는 적응과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적은 영어 노출로 기대하던 만큼의 영어 실력 향상은 얻을 수 없었다.


엄마들끼리 모여 이야기하면서도 우리 원은 영어유치원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곳이라며 손사래쳤지만, 그래도 밝고 건강한 정서로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음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첫째 아이는 사립초에 입학해서도 영어 수업에서 크게 앞서나가는 실력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따라갈 수 있는 정도였고, 종종 다른 과목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습식 영유 친구들과는 달리 다른 과목에서도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의 점수를 가져왔다.


물론 내가 애초에 원하던 언어로써의 영어를 아이가 유아기 때 습득하지는 못했다. 겪고 보니 언어로써의 습득이 되려면 영어 노출 양이 어마어마해야 하는데, 이중언어 환경으로는 택도 없을 뿐더러, 집에서도 영어 노출을 많이 해주지 못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교육비는 교육비대로 썼지만 결과는 어디에..? 하지만 현재 나의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우리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원이었다 생각하기에 후회는 없다. (그래서 둘째도 5세 때 바로 옮겨서 아주 잘 다니고 있습니다.)


영유는 결국 어학원이기 때문에 커리큘럼과 운영방식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영유라는 이름으로 뭉퉁그려 생각하기 보다는 모두 다른 개별의 원으로 여기고 알아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 ‘영유 어때? 가야해?’ 라고 묻는다면, ‘아이마다, 원마다 다르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리고 그 결과치 역시 엄마의 교육관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만족,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만족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결국 지피지기 아닐까? 나의 지피지기도 현재 진행 중. 어렵다 어려워. 다음 퀘스트는 또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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