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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n 07. 2019

#4. 두찌 출산 후기 (2)

오전 9시 1분, 햇님 떠오르다

‘아파’

새벽 3시 30분,

얼굴이 달아오르는 배 통증에 눈을 떴다.


첫째는 이슬이나 가진통 같은 출산 전 증상 없이 양수 파수와 함께 바로 진진통이 왔었기에 내심 둘째도 비슷하게 출산을 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바로 진진통이 온 것이다!

어제 보았던 젤리 같은 투명하고 하얀 분비물이 아마도 이슬이 맞았나 보다.


잠깐,

남편을 깨우기 전 다시 한번 진진통이 맞는지 진통 주기를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레 방을 나왔다. 진통 시간 체크 어플을 켜고 서둘러 세면도구와 여벌 옷을 챙기며 출산 가방을 쌌다.

진통 간격은 7분, 진진통이 맞다.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남편의 다리를 살짝 흔들자, 남편이 스프링 인형처럼 벌떡 일어난다.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괜찮냐고 묻는 남편과 고이 잠든 첫째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새벽 4시 30분.

어둠 속 가로등 불빛 아래 뻥 뚫린 도로.

약간은 차가운 새벽 공기.

아직은 견딜만한 진통과 이제 곧 둘째를 출산할 거란 두근거림. 시원섭섭함.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새벽.

첫째 출산 때와 모든 것이 닮았지만 그때와 달리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는 이제 바다까지 우리 세 가족이 타고 있다.


나는 바로 분만실로 향하고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연락드려 바다를 맡겼다. 경산인지라 진행이 빠른 편이라 순식 간에 자궁이 4cm까지 열렸다. 점점 진통이 아파오는 차에 무통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척추를 따라 전해지는 싸한 느낌, 양쪽 다리가 저릿저릿하며 마비되어 온다. ‘아아, 살 것 같다.’


분만실에 남편과 둘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누워 있는데 무통 탓인지 이후로 진행이 더뎌진 상태였다. 시계는 어느덧 새벽 7시경을 가리키고 자궁이 더는 열리지 않아 답답하던 차였다.


갑자기 진통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진통 측정 기계에 나타나는 수치를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수치는 여전히 50~60 정도. 진통이 너무 아파오기 시작하는데 그것밖에 안 되는 수치라니 조금 좌절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진통은 흐읍 하는 신음 소리가 나는 정도. 수치가 저렇게 낮을 리 없다. 배에 붙인 측정 기계의 위치가 잘못됐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측정 기계의 위치를 조금 옮기자 수치는 90~100선의 최대 수치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곧 출산이구나.’


오전 8시 30분,

아기가 내려오는 듯한 묵직한 느낌,

진통 때면 사방에서 배를 강하게 조이는 듯한 고통과 자연스레 들어가는 힘. 벨을 눌러 간호사를 호출했다.


다급히 들어온 간호사는 내진 후 자궁이 10cm 다 열렸다고 했다. 남편에게 잠시 나가 달라고 한 뒤, 본격 힘주기가 시작됐다. 간호사의 사인에 맞추어 크게 심호흡을 하고 대변보듯 힘을 준다.

“그렇지, 지금 쑤욱 내려왔어요, 잘하고 있어요.”

경산이라 그런지 잘하고 있다며 간호사는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아아 첫째도 이랬던가? 왜 이렇게나 아프지, 아오아오아오’ 란 생각이 수십 번 머릿속을 스쳐갔다.


연이은 간호사의 의사 선생님 호출.

후광을 발사하며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나의 이 고통의 종지부를 찍어주실 분!

오늘 하필이면 그간 진료 봐주신 담당 원장님의 휴진일이라 타 외래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지만, 아무렴 어때. 다 상관없다.


다시 한번 선생님과 간호사의 사인에 맞추어 힘을 준다.

“아아, 저 도저히 못하겠어요.” 나도 모르게 내뱉은 한 마디. 그리고 다시 한번 힘주기. 그리고 사라진 진통.

그리고, 내 품에 안겨진 우리 둘째.

‘아아, 햇님아. 반가워. 너 정말 보고 싶었단다.’

40주 3일, 5월 30일 목요일, 오전 9시 1분.

3.44kg 햇님이 떠오른 시각이었다.


다시 분만실로 돌아온 남편이 햇님의 탯줄을 자르고, 목욕을 시켜 주었다. 연신 웃는 남편의 얼굴에서 안도와 반가움이 비췄다.

간호사가 능숙하게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고 우리 셋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정신없는 와중에 이 서비스 정신 무엇?) 첫째 때는 없던 훗배앓이로 후처치 중에도 미약한 고통에 시달리는 통에 사진 속 내 표정은 애매한 웃음 중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누구보다 활짝 웃고 있었다.


햇님이 출산 직후, 아기 낳자 마자 간호사 분이 이렇게 인증 사진을 찍어주셨다. 이 혼돈 속 인증샷이라니 당황스럽지만 일단 미약하게나마 웃어본다.

“지구별에 온 것을 환영해, 햇님아.

우리 가족 앞으로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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