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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리 Jan 03. 2023

2022를 마무리하며

선택에 의한 결과는 새로운 변화와 방향으로.

올해는 견디는 해였다. 가볍게 시작한 모든 선택이 무거운 짐으로 돌아와 마음을 이리저리 헤치고 어지롭혔다. 2022를 포괄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나비효과’ 로 명명하고 싶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 갈증이 났다. 현재의 내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어디까지 담아낼 수 있는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상반기는 크게 5가지로 다음과 같다.

1.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2. 마음맞는 사람들과 협업하기
3. 첫 에이전시 도전하기
4. 내부 조직문화에 적극 기여하기
5. 끌리는 작업 병행하기


오래전 글에서 고했던 여유있는 삶의 추구와 다르게,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정 속에서 점차 컨디션과 마음의 여유를 잃어갔다. 정확히는 어떤 ‘감각’이 흐려졌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이상과 현실의 갭 차이가 큰 만큼, 훨씬 더 잘게 쪼개서 실행하고 스스로가 인내했다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웬만한 모든 직장의 모니터에 붙이는 쪽지가 있다. ‘체력이 태도가 되지 않게’ 라는 문구를 평소 의식하고 사는데, 그러한 결말로 퇴사하게 된 웃픈 기억이 하나 생겼다. 당시 신뢰 자산을 일부 태운다는 각오로 미안함을 담아 이야기했지만, 막상 동료의 진심어린 이해와 격려를 받고나니 더욱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이전에는 존중했으나 딱히 공감할 수 없었던 ‘다른 삶’에 대해서도 인정하게 되었다.


한번 무너지고 나니 좀 더 탁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래도 막상 돌이켜보면 모든 게 엉망진창인 것 같진 않다. 의미있는 실패와 작은 성공이 함께 남았다.


첫 번째는 태도의 정립. 올해는 왜 하루라도 빨리 많이 실패하고 시도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내년에는 어떤 결과에도 진정으로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의 폭을 늘리는 방향에 집중할 것 같다. 1번 생각할 때 2번 실행하기!


두 번째는 메타인지. 현재 잘하는 것, 재미를 느끼는 순간, 노력해야 하는 부족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를 둘러싼 상황과 감정을 추적해서 내면의 밑바닥을 솔직하게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개인적으로는 알을 한차례 깨고 나온 기분이라 특히 이 부분에서 실감하는 성취가 크다.


세 번째는 체력의 가동범위. 두 번째랑 동일한 맥락으로 연결되긴 하는데, 말끔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수면시간과 최대 체력의 한계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25년만에..) 이제는 무리하게 밤을 새워서 달리는 것보단 정해진 시간 내에 깊은 몰입을 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 미래의 건강을 가불하는 것보단 좀 더 오래 지속할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꾸준함을 잃긴 싫으니까.


프로젝트를 하면서 파편화된 내용을 하나로 묶어 정리하고, 좀 더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체화하게 되었다. 또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일이 있다면,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하는 걸 인지한 순간에는 먼저 나서야겠단 다짐을 했다. 내가 추구하는 작은 일의 탁월함은 바로 거기에 있다.



올해 협업이나 대화를 하면서 일과 관계, 삶 자체에 힘이 되는 조언과 에너지를 받은 몇몇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그때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특정 순간에 어떤 형태로든 되돌려줄 수 있는 최적의 컨디션을 항상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미처 실행하지 못했던 개인 작업과 해외여행도 2023에는 꼭! 미제로 남아있는 커스텀 서체와 운전면허도 시일 내에 달성해야겠다. 아마도 가장 먼저?


2023의 키워드는 ‘언어’ 다. 1. 타이포그래피 이론 틈틈이 학습하기 2. 컴퓨터 언어와 외국어에 친해지기 3.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전체적으로 늘리기가 핵심 목표다.


2022의 목표는 절반도 못 이뤘다. 또 간절히 염원해서 하고 싶은 무언가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순간에 이끌리는 호기심과 천천히 실현하는 나만의 목표, 내가 한 선택을 정답으로 만드는 최선만 남았다.


1년 전의 삶이 현재와 180도 다르듯이, 연말이 되면 어떤 형태로든 나아졌을 거라 막연히 상상했고, 다행히 실제로도 그렇다. (여기서의 성장은 물리적인 형태보단 정신적 발판을 말하는 것에 가깝다)


가장 기억에 남은 책은 연패의 이다. 연패는 싸움에 계속해서 지거나 스포츠 등에서 연달아 우승하는 것을 뜻하는 동음이의어다. 계속해서 지는 것보단 기왕이면 우승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도, 한계와 가능성의 사이에서 가져갈 단어를 교환하는 것도 모두  임을 느끼는 하반기를 보냈다. 사이먼 시넥(Simon Sinek) 정의한 생명이라는 무한게임의 유한한 플레이어로서, 그런 마음으로 2023 보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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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쌓을 것이 아닌 남길 것을 추구한다는 동료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에는 망치로 머리를 맞는 기분이었는데 당장 주변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바뀌더라도, 언젠가 존재가 사라지더라도 기여할 수 있는 나만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해야겠다. 작은 개인으로 시작해서, 공동체까지 기여할 수 있는 긴 방향으로.


여전히 일을 대하는 태도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근본적으로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의 만족을 우선으로, 최적을 위해 타협하고 디테일을 위해 타협하지 말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길이 곧 자신감을 얻는 유일한 길이다. 언제나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힘든 순간에도 다정한 마음을 잃지 말자.


Extraordinary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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