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필리핀? why 세부?
-아빠 없이 떠나는 한달살이 여행
같이가고 싶지만 , 여보 미안
한달 동안 회사에 휴가를 낼 수 없는 남편을 두고 가기가 미안해서 그동안 아빠 없는 여행은 생각하지 못했다. 회사가 끝나고 나면 집에와서 제2의 회사가 시작되어 집안일도 하고 아이들도 함께 보느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남편을 위해서 어쩌면 한달이란 시간이 아이들은 방학동안 심심하지 않고, 남편도 휴식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하여 떠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아빠가 없는 해외여행이라…
아마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어린이집을 다니는 나이였다면 엄두를 못냈을거다. 나도 처음가보는 나라에 혹시라도 아이들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가서 무슨일이라도 생길까봐 걱정이 되어서다. 그나마 아이들이 조금 컸고, 둘째도 초등학교 4학년을 앞두고 있어서 이제 잔병치레 걱정도 좀 덜하게 되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지리적으로
첫번째 기준은 비행시간
아이 둘과 떠나는 해외여행이라서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간다는 건 우선, 어렵다고 생각되어 먼 나라는 제외하였다. 가까운 곳을 둘러보니 일본,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홍콩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중에서 살펴보았다.
이 중에서 한국사람이 많이 가는 곳 ,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정보가 있고, 엄마와 아이가 떠나는 한달살기로 많이 가는 곳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범위를 좁혀가니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으로 좁혀졌다.
그리고 두번째 기준으로 총 이동시간을 고려해야했다.
검색해보니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비행기를 한번 타고 못가는 곳도 많이 있다. 말레이시아 경우 조호바루는 쿠알라룸프에서 50분 정도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고, 대신 싱가폴과 가까워서 싱가폴 관광까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필리핀은 마닐라, 세부, 다바오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바오에 사는 친구가 있어서 만약 내가 가더라도 바로 전화해서 물어볼 사람이 있다는게 큰 힘이 되었다. 필리핀은 섬 나라이고 마닐라에서 경유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 많았다. 다바오도 마닐라에서 한번 더 비행기를 타야해서 , 같이 동행하는 언니의 아들이 7살이라 아이도 걱정이지만 초행길에 멀리가는 아이들 케어하는 엄마의 입장도 생각해야했다. 아이둘도 힘든데 셋을 데리고 가는건 힘이 부치기는 할테니까. 다바오도 내려놓을 수 밖에..
마닐라 본토은 왠지 조금 더 안전에 대한 걱정이 되어 한국사람이 많고 휴양지 느낌의 세부로 결정하게 되었다.
실제 가깝다고 결정한 세부까지 이동시간도 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지방에서 인천공항으로 올라가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상황이라 4시간에 , 비행기 기다리는 시간 3시간 비행시간 4시간30분, 도착해서 입국심사하는데 2시간, 숙소이동 시간 1시간 이 일정을 소화해 내야했다.
둘째, 영어를 접할 수 있도록
아이들과 처음 떠나는 여행이고, 한달 살이를 하면서도 일을 해야하는 디지털노마드의 삶이라 아이들과 온전히 한달을 보낼 수가 없다. 그래서 어학연수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선택을 하였다. 말레이시아와 세부는 한국 어학원이 많아 아이들이 영어를 접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말레이시아는 인건비가 필리핀 보다는 비싸서 1:1수업보다 그룹수업과 액티비티 활동을 하는 분위기이고 전체 수업시간은 짧은데 비해 금액적으로 비용이 더 많이들었다. 필리핀 세부의 큰 어학원은 가격이 만만치 않기도 하고, 처음 가는 아이들의 어학실력이 월등하지않아서 1:1 수업도 많으면서 6시간 공부가 힘들지 않았으면 했다.
필리핀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본적인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래도 낯선 나라에서 말도 안통하면 무슨일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가 어려울테니 이것또한 영어학습적인 부분과 생활에서 기초영어만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장점으로 느껴졌다.
셋째로, 카톨릭 문화
우리 가족은 모두 카톨릭 신자라서 말레이시아의 히잡을 쓰는 이슬람국가가 낯설게 느껴졌다. 반면에 필리핀은 역사적으로 스페인 지배를 받아서 카톨릭이 국교로 지정되어있고, 많은 성당과 역사 관광지도 있어서 더 마음이 끌렸다. 스페인 3개월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카톨릭국가의 느낌이 향수가 되어 그립기도 했었다. 낯선 환경에서 종교적으로도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게 마음이 놓이는 부분이다.
한국과의 가까움, 영어 사용 가능성, 그리고 카톨릭 문화에 속한 필리핀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지만 큰 의미를 가진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