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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설 May 18. 2023

[필리핀 세부한달살기] 프로여행러는 아니지만 한달살기

일주일 말고 한달이 필요해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이틀 삼일을 휴가를 보내고 삼일째 되는 날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며 부랴부랴 펼쳤던 짐 가방을 다시 꾸리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생각만 해도 여행준비부터 시작해서 여행 중에는 빠짐없이 추천 장소를 가봐야 하고, 다시 집으로 갈 준비하는 바쁜 일정에 숨이 턱 막힌다.


내게 시간이 허락된다면 3박 4일 혹은 일주일 동안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었다.

그동안 열심히 밥 빨래 일 청소 아이들 돌보기를 했던 나에 대한 보상이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은 되어야 충분히 쉬고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또 일주일이란 시간은 현지를 경험하기에 뭔가 아쉬운 시간이다.


직장인으로서 한 달 동안 해외에서 여행하는 건 쉽지는 않다. 나는 보육교사로 일을 하다 엄마의 손이 더 간절한 우리 아이들의 곁에 남아있기로 결심하면서 잠시 시간이 허락되었다.

여행은 시간이 있어야 갈 수 있다. 시간의 주인은 나인데 시간이 허락해 줘야 갈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바쁜 우리 직장인들에게 타이밍이란 기회가 왔을 때 지금이다.


마음가짐이 다르다.


가보고 싶은 나라는 많고, 안 가본 나라는 더 많다.

가본 곳이라고는 스페인 3개월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스페인 전역을 둘러보진 못했고, 북부지방의 부르고스, 톨레도, 아빌라가 전부였다.

3개월간 머무르면서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해 아쉬움도 있지만, 그곳에서 만났던 튜터와 도미토리움 친구들, 매일 걸었던 부르고스 대성당 앞 강이 내게는 아직도 너무나 그윽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벌써 15년 전이지만.

유명 관광지와 새로운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여행은 사람이고, 삶이다.

스페인 대성당의 웅장함보다 스페인 사람들의 유쾌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얼굴, 호탕한 성격, 말이 통하지 않을 땐 바디랭귀지로 웃고 떠들었던 기억들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내게 여행하며 사는 삶을 선물해 준 선생님. 여행 중에 나에게 영감을 주고, 나를 변화시키는 건 사람이었다. 다른 문화의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 내가 생각지도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걸 느껴보는 새로운 설렘이다.


어디를 가든 오래 머물고 싶다.

한 달 살기를 계획하면서, 나는 여행에서 어떤 것들을 경험하고 싶은지, 어떤 목적으로 떠나는지 고민하였다.나는 이번 여행이 평소의 휴가나 여행과는 다르길 바랐다.  그저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낯선 환경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며 내면을 탐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일상에서 벗어나 내면의 변화를 이루고 싶다. 그래서 나는 삶을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결혼 후 아이 둘을 키우느라 앞뒤옆 볼 사이 없이 12년을 달려왔다. 어느덧 10대가 된 아이 둘에게 내게 삶의 변화를 안겨준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다.

그래서 한 달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세부한달살기 세부러브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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