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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설 Sep 21. 2023

[필리핀세부 한달살기]디지털노마드 삶이 가져다 준 자유

글쓰기의 선물함에는 한달의 시간이 들어있었다.

"지금 아들이 자전거 타다가 차에 부딪혔어요."

다급하게 전화가 온 남자의 목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김없이 아이들을 보육하며 어린이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하루였다.

그 목소리를 듣고는 마음이 내려 앉으면서 같이 일하는 짝궁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파랗게 질린 모습으로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원장님이 먼저 "선생님 다녀와요."

아이들을 맡아주시는 덕분에

쿵쾅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아들이 있는 곳을 향해 차에 올라탔다.


횡단보도 앞에서 달리는 자동차에 부딪혀서 다리가 다쳤을까, 머리가 다친건 아니겠지? 어디가 부러진건 아닐까.. 가면서 온갖 생각들이 스쳐가면서 아들을 돌보지 못한 나를 자책했다.


초등학교 1학년

엄마의 손이 가장 많이 간다는 그 시간에 남다른 운동신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오르는 아들이 항상 걱정되었지만...일을 하는 엄마는 언제나 발을 동동거리는 일상을 살고 있었다.

어떤 확고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워킹맘이어도 애들은  잘 크는데 우리 아이만 다를까? 하며

둔감했던 나를 탓해도.. 너무 늦었다.

아이들을 보육하면서

아이마다 다른 성향을 알고 있으면서도

등잔 밑은 어둡기만 했다.


아들이 다친 이 순간. 7월즘.

마음 속으로 다짐하던 순간이었다.

정말 그만둬야겠구나. 이제는 우리 아이들을 돌봐야겠다는 단단한 마음의 결정이 섰다.

나는 재택으로 일하고, 아이들은 공부하고
세부로 간다

디지털노마드의 삶은 나에게는 선택이 아닌

무조건 "GO" 였다.

한 번의 책을 쓰는 작업을 하면서 글쓰기를 했던

나의 경험과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의 경력을 살려보기 위해 다시 한 번 키보드의 자판 소리에 힘을 실었다.

사실, 나의 경력이 너무 아까웠다.

이걸로 뭐라도 해야 내가 수 년간 애써왔던 시간들의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지!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나의 시간들이 아쉽기만 했다.


글쓰기와 나의 경력은 시너지가 되어 컨텐츠와 서류작업을 하게 되었고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휴대폰과 노트북 하나면 어디든 가서 일이 가능하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시스템 속에 나를 맞춰두고 누군가를 돕기 시작하면서 부터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하나 더 조금씩 늘려가면서 확장이 되어 일을 하게 되었다.

어떤 일을 했든 자신의 경력과 글쓰기가 더해지면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 수 있고, 자신만의 브랜드화로

시작점에 서 있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디지털노마드의 삶은 내가 한국을 떠나서 다른 장소에서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힘을

실어주었다.

방학마다 쉴 수 있는 공립 선생님이라는 꿀직업을 얻는다면 더나없이 좋겠지만,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선생님들을 도울 수 있는 지금의 일도 보람이 된다.


세부에서 한달살기를 계획하며 나는 매일 일을 하고 아이들은 어학연수를 하면서 한 달을 보낼 생각에  

설레인다. 길고도 긴 겨울 방학만 되면 날이 추워서 밖에서 오랫동안 놀 수도 없고, 삼시세끼 밥도 매일 차릴 생각에 눈 앞이 캄캄하다 못해 깜깜해지는데... 이 모든 걱정을 잊게할 수 있다니... 나는 꼭 세부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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