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한달 살기, 막탄 공항의 불빛
두려움은
있는 자리에 머무르게 하지만,
한 발을 떼는 순간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막탄 공항에서 느껴지는 습한 기온이 나를 맞이했다.
한 겨울에 떠나는 동남아 한 달살기 여행이라서 두꺼운 겉옷과 얇은 옷을 어떻게 입으면 짐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간소하게 입을 수 있을지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얇은 옷을 겹쳐입어서 보온도 유지하고 내리기 전에 얇은 옷을 벗어서 더위에도 대비를 했다. 아이들도 반팔 옷을 입히고 위에 후리스 겉옷과 조끼를 입고, 바지도 반바지를 입고 기모 바지를 입어서 내리기 전에 벗을 수 있도록 하였다.
캐리어 위에 얹어놓으면 좋은 빈 가방도 준비하여 옷가지 들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여벌가방이 캐리어에 무게가 많이 나갈 때 대비에도, 온도 차로 인한 옷을 정리하는데도 유용하였다.
공항에 도착하면 입국 심사가 오래 걸릴 거라고 알고 있긴 했지만, 필리핀 에어아시아 비행기를 타고 내리니 이미 다른 비행기에서 내린 여행객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다. 지친 아이들은 중간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거나, 부모는 줄을 서고 아이는 줄 밖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까지 하기도 하였다. 새벽 비행기로 아이들은 비몽사몽 힘들어하고 더운 날씨에 물을 마시고 싶어 하였다. 입국 심사 대기줄에서 기다리다가 너무 목이 마르면 화장실 앞 음수대에서 물을 먹을 수는 있다. 낯설어 하는 아이는 선뜻 물을 마시는데 어려움을 보이기도 하며 긴 줄을 기다리는데 하염없이 뜬 눈으로 새벽을 지새웠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고 여권과 얼굴을 아이들까지 모두 사진 찍고 나면 드디어 여기가 세부라는 실감이 들었다.
밤에 비치는 공항의 불빛에 비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마치 유럽인 듯한 환상을 느끼게 하면서 세부의 낯선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세부 입국 심사만 2시간이 걸려 새벽 5시에 공항에서 나왔는데 공항 밖은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두근두근 떨렸다.
더운 감성 한 가득 느끼게 해주는 세부!
숙소까지 이동하기 위해 미리 예약해두어서 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객이라면 리조트 입국팩을, 한 달 살기라면 숙소로 바로 이동하여 klook, KKday 앱을 통해서 공항 픽업 서비스와 유심을 예약할 수 있다.)
공항을 빠져나오면 조그만 마트가 있는데 맞은편에 ATM기가 있어서 카드로 돈을 인출하고, 내일 아침에 먹을 물도 마트에서 구매해서 이동했다. (공항이라 밖의 시세보다 비싸지만 당장 물이 필요했다.)
현지에 왔으면 현지 돈이 필요한 법!
필리핀은 페소라는 돈의 단위를 쓰고 있다.
페소의 환율은 우리나라 24~25원이 1페소 이다.
100페소는 2400~2500원 이다.
카드마다 뽑을 수 있는 금액이 다른데 공항 ATM 기는 2만 페소까지 인출이 가능하다.(약50만원)
돈을 인출할 때 비밀번호는 나의 카드 비밀 번호 네자리 숫자에 00 을 더 붙여서 6자리를 입력하면 된다.
미리 구매한 필리핀 통신회사 글로브에서
여권을 보여주며 유심까지 끼워넣고 나면 이제 세부 생활을 위한 준비를 무사히 마쳤다.
매일 밤 누워서
시나리오를 떠오리면 몇번의 상상을 해보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항상 일어날 수 있기에, 모르는 것은 무조건 물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한국에서 모르는 건 인터넷을 통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직접 전화하면 거의 해결할 수 있지만
낯선 필리핀 세부에서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지 못하는 정보들을 현지에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들을 수 있다.
아들은 가는 동안 내내 " I don't know English" 를 외치면서 불안한 마음을 다잡는 듯 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언어로 소통을 한다는 두려움에 걱정은 되지만, 처음부터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한 발을 내딛어 본다.
내가 살고 있던 곳을 떠나온 기분,
낯선 문틈에서 스멀스멀 감도는 기운
새로움에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