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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설 Dec 26. 2023

영어를 배우긴 했지만, 말하기는 어려워

필리핀세부 한달살기, 엘리베이터 타세요


세부의 아침

아침마다 습하지만

상쾌한 한국과는 다른 향이 불어오고,

낭만적인 세부의 아침이 시작된다.

세부 한달살기 세부의 아침


정원을 가꾸는 가드너들은 높은 야자수 나무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가지치기를 하고, 새벽부터 청소를 하는 분들의 분주한 모습이 창 밖으로 펼쳐진다.


수영장에 떠다니는 낙엽잎을 주워 올리고, 미소와 함께 청소하는 분들의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필리핀이 게으른 나라라고?

새벽부터 일어나 일하고 밥 먹는 모습을 본다면

한낮의 더위에 밖을 걸어 다니면

게으른 게 아니라 날씨에 맞춰 살아가는 그들을

무던히도 자연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렇게 부지런한 모습을 보며, 조금씩 그들의 삶이

궁금해지고 그들의 언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한국의 보통 수준의 학생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던 영어를 생각하면 무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 교육을 받았다. 대학에서 그리고 공무원 준비를 하면서 몇 년 동안 영어단어를 외우고 문법 공부를 했다. 영어원서 읽기를 해보고 싶어서

파울로코엘료의 소설 브리다를 사기도 하고, 자기 계발서 여러 권을 사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 하기는 어려웠다. 책장에 고이 모셔두면서 언젠가 영어 원서를 읽는 날이 오겠지. 한국에 들어오는 책 보다 더 빨리 해외의 책을 접하고 정보도 빨리 얻고 싶은 마음이었다.


필리핀에서 영어가 들리고 말하기가 가능할까?

필리핀은 동남아에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나라 싱가포르 다음으로 영어 수준이 높다고 한다.


20대에,

나는 해외라고는 나간 적이 없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가게 된 스페인.

나는 무려 며칠 여행이 아니라 3개월을 그곳에서 머물게 되었다.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 건 여행을 떠나기 3개월 전.

아르헨티나 수녀님에게 기본을 배우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정도의 수준으로 겁 없이 떠났다. 그것도 혼자.


스페인어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되었지만, 일상생활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트이고 간단한 말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 10년이 지나도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먼저 튀어나올 정도로 몸으로 느낀 언어는 각인이 되듯 남아있다.


해외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아도 언어습득이 빠른 사람은 있다.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체험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배움의 방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30대가 되어가면서 비로소 나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떻게 학습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는 중이다.


우리 아이는?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고 학습 방식을 엄마가 관찰하며 아이가 어떻게 습득하고 있는지 예민함이 필요하다.

곧 잘 외우기를 잘하는 아이, 이해능력이 뛰어난 아이, 무던해 보이지만 감각으로 느끼며 체험으로 받아들이는 아이… 내 아이는 어떻게 배우는지 엄마의 관심으로 아이는 타고난 자신의 방식으로 성장한다.


세부에 온건 아이들의 어학연수를 위해서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는 나의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일과 함께 따뜻한 기후에서 여행하고 쉴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추가혜택이 아닌가!


초등학교 3학년은 지나야 아이가 외국에 온 기억을 하지 않을까? 또 막내가 3학년 즘은 되어야 엄마 혼자 아이 둘을 돌볼 수 있지 않을까? 워낙 활발한 아이들이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요즘에는 어린이집 갈 나이의 아이들도 엄마들이 많이 데리고 나오는데, 나는 에너지 넘치는 아이 둘을 혼자 데리고 가야 하기에 지금의 시간까지 기다려왔다. 코로나로 인해 아무 데도

가지 못하기도 했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하면서  영어는 조금 배운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대화는 할 수 있는 정도이다. 필리핀어 ‘따갈로그어’ 도 있지만 이들은 이중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세부는 지역적 특성으로 따갈로그어를 알고 있지만 세부아노로 대화한다. 기본 3개의 언어는 습득하고 있는 이들에 비해 우리는 한국어만 배우고 말하고 사용하면서 다른 언어 사용은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건 아닌지.


아침에 어학원에 가기 위해 언니집으로 아이들이 먼저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아래에서 기다리면서

서성이다가 서양인 할아버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나를 보고 어서 타라고 손짓하며 친히 버튼을 눌러주며 기다려 주셨다.

“ 괜찮아요, 나는 안타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영어 울렁증으로 말은 못 하고 웃고만 있으니

할아버지는 괜찮다고 자꾸 타라고 한다. 순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가 나는 결국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엘리베이터 밖으로 떠나가길 기다리며 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웃픈 상황은 상상 속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공부만 하면 뭐 하나.. 말을 못 하는데…


필리핀은 아이들이 공부로만 배운 영어를 실생활에서 듣고 말하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언어의 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로 언어를 습득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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