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선생님

보육교사의 달름박질

by 눈 설


취직은 했는데

10군데 이력서를 넣고 연락온 곳으로 가야지… 마음먹은대로 나는 무사히 경기도의 시립어린이집으로 취직을 하였다. 보육교사로는 첫 직장인셈이다. 시립 어린이집은 매년 월급이 인상하는 호봉을 받을 수 있고, 시에서 관리하고 월급을 주어서 왠지 모르게 내가 시에서 일하는 중요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지방에는 10년 전만해도 국공립어린이집 수가 손에 꼽을만큼 많지 않아서 호봉제 보육교사의 그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새로 개원하는 어린이집이라서 대청소, 교실 환경, 서류 등 할 일이 산더미 같았다. 아무 것도 없는 건물 내부가 아기자기한 어린이집으로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린이집의 꽃 만1세반 담임교사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이집에서 가장 힘든 반은 만1세 3살 아이들 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누워있다가 기기 시작해 걸음마를 떼고 두 발로 걸으며 무사히 돌잔치를 치룬 아기. 기저귀를 하고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걸어다니는 3살 아기들. 세상에 점 하나 안찍힌 말랑말랑 하얀 마시멜로 같은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달콤함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가장 귀여운 반은 나에게는 여전히 3살반이다.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들이 한 명, 두 명 모여서 5명이 되면 귀여움이 폭발해서 공룡들로 변신한다. 뛰고, 올라 가고, 서로 물고, 때리고 교사는 쫓아다니며 아이들의 문제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항상 긴장 상태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 투담임까지 하게 되면 10명의 아이들.. 농어촌은 14명까지 가능하니 이건 뭐 난투극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3살 아이들 중 어린이집이 처음인 아이들이 많아서 어린이집 등원 할 때부터 부모와 헤어지는게 어려워서 날마다 울며 부모와 떨어지지 않는 아이를 안고 교실로 가야하는 반이 3살반이다.


3세반도 2학기에 들어서면 아이들의 인지가 발달하여 조금은 선생님 말을 알아듣는데 개원한 어린이집이 2학기 9월 부터라서 난 정말 다행이었다. 초임인데 3월부터 만1세반을 했다면 도중에 포기하고 또다시 이 길을 가지 않겠다고 울고불고 했을 것 같다. 맡은 아이들의 생일도 빠르고 기본 생활 습관도 어느 정도 형성된 천사 같은 아이들이 내게 와주어서 나 역시 보육교사 걸음마를 떼고 걸을 수 있었다.

귀여운 만1세 ‘만나서 행복했어’



첫 걸음은 달름박질

드디어 9월이 되어 아이들을 맞이하고 등원한 아이들모두가 신입원아가 되어 적응기간을 보내게 되었다.

어린이집이 온통 울음 바다가 되어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우리 반은 엄마와 헤어질 때부터 울기 시작해서 보육실 문 앞에서 우는 아이들로 내 귀에서 환청이 들릴만큼 정신이 쏙 빠졌다.

놀잇감을 꺼내 흔들어 보이기도 하고, 동요도 틀어서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려고 했지만 울면서 보육실 문을 열고 달려나가는 아이를 쫓아가기 바빴다.


바다 속으로 떠나요 .초상권으로 귀여운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 구나 ㅠ

맨땅의 헤딩

보육을 전공하지 않은게 나에게는 아킬레스였다.

유아교육과나 아동학을 전공했다면 달랐겠지만 생 초보였던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비교 할 수 없지만 보육 과정 중에 아이들을 다루는 힘은 부족하였다.

원장님이 교실문을 열었는데 신나게 웃고 놀이하다 앉아있던 내 등에 아이들이 올라타 햄버거가 되어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야말로 맨붕의 보육실.

그때부터 나는 다른 반에 가서 어떻게 아이들을 대하는지 관찰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며 나의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 힐끔이가 되었다.

화장실을 가면서도 옆반 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할 때 어떻게 말하는지 문제상황 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수업은 어떻게 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하였다.

또 주임교사에게 통제가 안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다루는 법을 묻기도 하였다. 손재주가 없어서 환경 꾸미기도 어려움이 있었다. 폼을 자르고 색가루를 뿌려서 예쁘게 글자를 완성하는 금손 주임교사에게 컷팅기 사용부터 배웠지만 초임 똥손은 ‘ㅇ’자의 구멍하나 일정한 간격으로 만들지 못했다. 하나 부터 열까지가전공도 아닌 초임에게는 어려운 과제의 연속이었다.


#에필로그

요즘은 개인 방송 시대라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지 검색하고 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 시대라서

보육교사의 수업 영상, 손유희들을 마음만 먹으면

찾아볼 수 있다. 놀이과정 중 중재하는 법이나

통제가 되지 않을 때 아이들 대하는 법, 선생님에게 예스와 노가 필요한 상황과 같은 어린이집의 실제 모습은 영상보다 책을 통해 배우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미디어의 한계에 부딪히며 실제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경험보다는 미약한 수준이다.

경력교사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는 말로 설명한다고 해서 초임이었을 때 모두 알게 되지는 않는다. (내가 그랬으니까.. ) 1년, 2년, 3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노련함이 생기기 전까지 맨땅의 헤딩으로 몸으로 부딪히며 현장 경험을 쌓아 배우는게 빠른 길이다.

물론 중도에 포기하고 싶을 때는 수십 번, 가슴에 사표를 품고 다닌다는 말을 왜 하는지 이해가 간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일년은 금세 지나가고 날마다 벌어지는 일들을 수습하며 현장 경험을 쌓다보면 보육교사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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