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파 Oct 03. 2016

영화 '화양연화'

지금이 아니면, 그때가 아니면,


화양연화(花樣年華)

 :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중경삼림'이었다. 독특한 미장센, 플롯 구성, 촬영 기법 등으로 왕가위 스타일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왕가위 감독의 사랑관은 무엇일까? 궁금해져서 보게 된 화양연화. 단연 인생영화라고 꼽을 수 있게 되었다. 



모두들 '화양연화'라고 하면 생각한다. 아, 아름다운 그 시절? 

하지만 내가 본 '화양연화'의 키워드는 '기회'이다.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을 잡을 기회.

지금이 아니면, 그때가 아니면, 그 사람이 아니면, 그곳이 아니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그 기회를 잡는 것.



  2014년-2015년 연말과 새해를 상해에서 보냈었다. 난생처음 해외여행이라는 떨림과,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중국의 분위기. 그것에 취해 상해에서의 한 달을 보낸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홍콩. 문득 내가 보낸 한 달의 상해. 그 안의 어느 골목을 떠올리게 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스토리를 이미지화시키는 매력이 있다. 이야기를 떠올림과 동시에 눈앞에 장면이 펼쳐지는, 그만의 방식. 붉은 화면, 클로즈업된 그들에 얼굴이 모든 감정을 담아낸다. 



STORY

각자의 배우자가 불륜에 빠진다. 서로의 배우자에게.

그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

진짜 사랑이란 게 무엇일까. 우리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인내를 하고 있을까.


두 남녀가 지키고자 한 것은 배우자를 향한 사랑일까, 진짜 사랑을 외면해야 지킬 수 있는 도덕일까.

이런 딜레마는 우리에게도 생긴다. 

왜 우리는 언제나 후회가 남는 선택을 하는 것일까?

이런 고뇌를 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화 끝에서 답을 준다. 앞서 말한 그 기회, 그것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에 대해 나지막이 제시한다.


그들은 후회가 남는 선택을 했지만, 앞으로 나아간다. 배우자와 이혼을 하고 또 다른 사랑을 만난다. 그리고, 자식을 낳고 살아간다. 이미 놓쳐버린 한 번의 기회를 다시 찾아 앞으로 나아간다.

운명은 결국 그들을 마주하게 만들 것이다.


실제, 삭제된 장면에는 그들의 재회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다시 흘러도 운명이 닿는 그 순간 기회는 찾아온다.

영화는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말한다. 물론, 처음 찾아온 기회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소중한 것을 놓치는 순간, 

우주가 다시 운명을 맞닿게 해주기까지는, 너무나도 아픈 고통과 그리움이 함께하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