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전하는 죽음

"인간 증발"과 "종말의 바보"를 읽고

by 정제이

어둠 속에 숨어 사는 삶과 햇빛 아래 맞이하는 죽음,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인간 증발"과 "종말의 바보" 두 책 모두 우연하게도 일본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인간 증발"은 자기혐오로 가득 찬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지우기 위해 스스로 사회적 자살을 택한 실제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고, "종말의 바보"는 8년 후에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세계가 멸망할 날을 평범한 일상을 지내며 기다리는 일본의 한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책이다. 각자의 죄를 짊어지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사람들과 째깍이는 타임워치를 다 같이 바라보며 소행성 뉴스 이전의 삶을 어떻게든 재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두 책은 극과 극에 서서 삶과 죽음으로 우리에게 눈초리 같은, 가벼운 듯하나 미묘하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당신의 삶은 죽음이 있기에 살 수밖에 없는 삶인가, 아니면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있다. 죽음에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삶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로 치환해 보자. 간단하게 줄이면, 삶은 그저 흘러가게만 둬도 반은 간다는 말로 변한다. 삶은 복잡하게 생각할수록 본인을 더 옥죄어 오는 덫이 되고, 깊게 생각할수록 어려워지는 넌센스 퀴즈가 된다.


스스로 실종된 사람들은 말한다. 죽음으로 죄악을 피하지 못하면 삶으로 본인의 명줄이 심지가 되어 잿더미로 남을 때까지 악취와 추악함을 견디고, 타올라라. 과거는 추억도, 기억도, 그 무엇도 아니니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리움과 괴로움을 견뎌라. 견디고 무뎌져라. 산 송장의 이름과 얼굴과 복장을 기억하지 않길 기도하라. 사회에 아직 나를 기억하는 자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했거나 끝없는 부정을 퍼붓고 있다. 기다릴지도 모르는 자들과의 재회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끝자락에 숨어 사는 자들이여, 산 송장의 신분을 벗어던지고 "다시"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원치 않게 메마른 사람들은 말한다. 죽음을 피해 가지 않고, 여태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을 바라보라. 인류의 명줄이 원치 않은 이유로 끊어질지언정,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소중함과 평화를 느끼고, 끌어안으라. 끌어안고 무뎌져라. 송장이 되는 순간이 다가올 때까지, 사람과 식사와 대화를 기억하고 기도하라. 사회는 여전히 현실을 부정하는 듯 하나 어렴풋이 나와 내 주변 사람 모두가 사실이라고 약속하고 믿고 있다. 끝을 기다리는 자들이여, 당신은 선택했다. 송장이 아닌 생명으로서 모든 것을 감내하고 "다시" 일상을 되찾으려 하고 있지 않은가?


두 책 모두 우리에게 "악착같이 살아가라"라고 말한다. 당신이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이 아니더라도 당신은 온전한 생명이니, 그 온전함을 품고 나아가라고 한다. 매정한 현실이어도, 소름 끼치는 평온함 속에서도, 당신은 아무튼 살아있다 말한다. 무엇을 할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누구는 질책하고, 누구는 응원하고, 누구는 방관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선택 역시 당신에게 있다. 모든 걸 너무 신경 쓸 필요도 없으나,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으면 무너질 것이다.


우리 모두 세이브 없는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다 생각하면 된다. '게임 클리어'를 바라보며 나아가지만 막상 삶을 끝낸 후에 바라봤을 땐 '게임 오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지 않았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당신의 게임이 어떻게 끝나는지 모른다. 오로지 당신만 알 수 있는 히든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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