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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오 May 30. 2021

무화과

그리움은 잊었던 기억을 또렷하게 끄집어낸다

2021년 5월 30일 일요일 아침


잠결에 방을 나와 정수기에서 물을 받으며 멍하니 서서 보니,

동네 두부집에서 순두부를 담아주는 일회용 하얀색 반투명 플라스틱 통에 어두운 색을 가진 울퉁불퉁한 동그란 그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불현듯, 잠결에 ‘무화과인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아니지, 엄마는 무화과를 산 적이 없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버이날 기념으로 다녀온 평창에서 올라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산 호두과자였다. 냉동실에 있던 건데 무슨 일인지 엄마가 밖에 내놓으셨다.

‘왜 무화과라고 생각한 거지? 무화과 참 맛있지..’ 란 생각은 꼬리를 물어 무화과를 처음 먹었던 날로 돌아갔다.

얼마 전 친구들과 먹었던 브런치에서 처음 맛보았던 무화과 잼이 자꾸 생각나서 고민하다가 하나에 2불이나 하는 무화과를 4개 샀던 동네의 작은 과일 가게.

흐르는 물에 대충 씻어 무화과를 입에 물고 바라본 새파란 하늘이 담겨있던 작은 창이 있는, 침대 하나로 꽉 찼던 하얀 벽의 작은방.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게, 왜 무화과라고 생각했던 걸까?  

한국에서 단 한 번도 무화과를 본 적도 먹은 적도 없었는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몰랐던 그리움이 완전히 잊고 있던 일상의 기억을 또렷하게 끄집어낸 일요일 아침.

그곳에 돌아가 과즙 가득했던 무화과 한 입 베어 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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