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을 정리하다 보면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난 사람들의 뒷모습을 좋아한다.
누구인지 알든 모르든
아는 사람이든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든
순간적으로 나에게서 멀어지는 모습을 찍는 걸 좋아한다.
정면은 조금 부담스러우니까
몰래 찍어야 하니까
자연스러움을 담고 싶어서
많은 이유로 포장된 진짜 이유
근원적인 마음과 마주했다.
그 사람이 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있다는 걸 안다면
그 사람은 날 보고 웃어줄까?
난 어떤 표정을 하고 그를 봐야 하지?
셔터를 누르는 찰나에 스쳐 지나간 많은 물음들
답을 내리고 싶지 않으니 서둘러 '찰칵'하고 셔터를 누른다.
아니 이제 더 이상 소리도 나지 않는다.
저 많은 질문을 피하기 위해
난 무음의 세상 속으로 도망쳤으니까.
사진을 찍어도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
눈이 마주칠 일이 없는 세상에서
난 타인을 훔쳐본다.
그들의 기분, 얼굴을 상상하고
혼자 슬그머니 웃는다.
그들의 모습은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고
정답은 없다.
무엇보다 이미 떠나간 사람들이라
나에게서 더 떠나갈 수 없다
이미 멀어져 있기에 가까워지려고 안절부절할 필요도 없다
아무 기대감 없이 속 편하게 하나의 존재를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있는 그대로
아무 편견 없이
그냥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갈 길을 가는 것뿐이다
그랬던 거다
스쳐간 모든 인연들이 그러했던 거다
특별히 상처받을 이유도
아파할 이유도 없다.
그저 놓아주고
그저 바라보면 된다
타인의 뒷모습을 보듯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