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진 Jun 18. 2023

뒷모습이 좋다

사진첩을 정리하다 보면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난 사람들의 뒷모습을 좋아한다.



누구인지 알든 모르든

아는 사람이든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든

순간적으로 나에게서 멀어지는 모습을 찍는 걸 좋아한다.



정면은 조금 부담스러우니까

몰래 찍어야 하니까

자연스러움을 담고 싶어서


많은 이유로 포장된 진짜 이유

근원적인 마음과 마주했다.



그 사람이 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있다는 걸 안다면

그 사람은 날 보고 웃어줄까?

난 어떤 표정을 하고 그를 봐야 하지?


셔터를 누르는 찰나에 스쳐 지나간 많은 물음들

답을 내리고 싶지 않으니 서둘러 '찰칵'하고 셔터를 누른다.

아니 이제 더 이상 소리도 나지 않는다.



저 많은 질문을 피하기 위해

난 무음의 세상 속으로 도망쳤으니까.


사진을 찍어도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

눈이 마주칠 일이 없는 세상에서

난 타인을 훔쳐본다.



그들의 기분, 얼굴을 상상하고

혼자 슬그머니 웃는다.



그들의 모습은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고

정답은 없다.



무엇보다 이미 떠나간 사람들이라

나에게서 더 떠나갈 수 없다

이미 멀어져 있기에 가까워지려고 안절부절할 필요도 없다

아무 기대감 없이 속 편하게 하나의 존재를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있는 그대로

아무 편견 없이

그냥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갈 길을 가는 것뿐이다



그랬던 거다

스쳐간 모든 인연들이 그러했던 거다


특별히 상처받을 이유도

아파할 이유도 없다.


그저 놓아주고

그저 바라보면 된다


타인의 뒷모습을 보듯

그렇게

매거진의 이전글 기적은 내 안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