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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진 Jun 29. 2023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웃음


요즘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있다.

킹더랜드



가식적인 웃음을 싫어하는 남자 주인공 구원과 어떤 상황에도 웃어야만 하는 호텔리어의 이야기다.



여느 드라마가 그렇듯 남주가 웃음을 싫어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떠나고 나서 모두가 가자신에게 가식적으로 웃었기 때문. 심한 경우 그는 타인의 웃음을 보고 숨쉬기조차 곤란해진다.







그런 순간이 있다.

타인의 가식적인 웃음을 마주하는 순간

반대로 내가 그래야 하는 순간



서비스직을 하다 보면 누구나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아무리 친절한 사람도 '3개월 일하면 성격이 변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란 그런 일이다.

나를 깎아먹고 나를 갉아먹고

어느 순간, 내가 사라지는 일.


그 상황 속에 있을 땐, 내가 그렇다는 것조차 까맣게 모르고 '나는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난 일을 그만두고서야 그걸 알았다. 내가 참 나쁘고 못된 직원이었다는 걸. 힘들고 지쳐서 '서비스'라는 걸 하나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날 만난 고객들의 하루가 짜증 나고 재수 없었겠다는 생각.



문득 미안했다. 지난날의 내가 부끄러워졌고, 행동이 못나게 생각됐다. 그럼에도 돌아가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지나쳐야 깨닫는 게 있다.
그 순간엔 절대 모르는 것들.




나의 서비스가 그랬고

나의 웃음이 그랬고

나의 마음이 그랬다.



내가 힘들었다는 사실을 난 모든 것을 그만두고 그 환경을 벗어나서야 알았다.



내게 미안했다.

나를 돌보지 못해서

애씀과 벅참을 알아채주지 못해서

고장 날 대로 고장 나서야 비로소 알게 돼서



번아웃 상태인 줄도 모르고

영혼을 갈아 넣었던 지난날의 나

기계의 부속품처럼

매장의 지박령처럼

거짓된 웃음과 험한 눈동자로 타인을 바라봤던 나



그때의 나와 눈 마주쳤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렸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난 최선을 다했고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그래서

지금 난 다른 행동을 한다

다르게 행동하려 노력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현재는 바꿀 수 있으니까



좋은 마음으로

좋은 행동을 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절대로 나를 갉아먹지 말자



타인을 배려하다

나를 지치게 하진 말자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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