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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진 Jul 05. 2023

여름, 안녕

나는 니가 와서 안녕하지 못해



여름이 오고 있었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서서히 오고 있었다.




하늘은 오락가락했고, 물기를 머금은 공기는 습했으며 무엇보다 태양. 창가로 때려 박히는 태양이 뜨거웠다.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통유리창은 햇살마저 그대로 전달했다.




에어컨이 힘겹게 태양과 싸웠지만, 혼자서는 이길 수 없었다. 결국 난 혼자서 힘겹게 관광객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직원에게 가서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뷰를 보겠다고 온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 걸까?
왜 아무런 말도 없지?




속으로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남들은 어쨌든 이 '뷰밖에 즐길 것 없는 카페'에서 '만족도 떨어지고 비싼 음료를 산' 나는 참지 않았다.



오션뷰가 보이는 창가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 더위를 참는 건 더 싫었다.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더위를 참아야 한다니 말도 안 돼!








여름날의 태양은 보기에만 예쁘다.

에어컨 그늘 아래 숨어서 멀리 바라볼 때만 아름답다.



가까이 가지 않아도 살갗을 태우고

피부를 울긋불긋 물들이며 경고한다.

뾰족한 가시를 품은 장미보다 더 예민한

동글동글하고 말간 주황색의 빛.



세상엔 그런 것들이 있다.

멀리서 볼 땐 아름답지만 가까이는 갈 수 없는

가까워질수록 나를 해치는



그런 것들에 앞뒤 재지 않고 불나방처럼 뛰어들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대책 없이 뛰어들고 상처받던 어린 날의 나

어른이 된 난 이제 에어컨을 찾는다.



다치지 않을 최소한의 장치

나를 지키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해결책



위험한 모든 것들엔

저마다 에어컨이 있지 않을까.



그걸 찾기만 한다면

아름다움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더위에도 약하고

추위에도 약한 난

여름도 겨울도

낮도 밤도 좋아하지 않는다



뭐든 적당한 게 좋다

애매한 게 좋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안중에도 없이

아차 하는 사이에 여름이 왔다.



여름, 안녕

나는 니가 와서 안녕하지 못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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