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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옷에 욕망

by 비갠 날 성혜

옷에 대한 욕망

리에게는 다양한 욕망이 있다. 개인의 서사에 따라 다른데 우리는 그 사실을 간과하고, 분명한 기준도 없이 어떤 욕망은 잘한다고 부추기거나 어떤 욕망은 함부로 폄한다. 모든 욕망은 개인의 스토리가 있다.

38년생이신 울 엄마는 옷에 대단한 욕망이 있었다.

엄마의 어린 시절은 길이가 정강이정도에 오는 한복치마를 입었다. 어깨는 넓은 끈이 있고 밑 치마가 통으로 연결되어 박은 원피스 형태의 옷이다. 그 치마는 일어날 때 밑에 단을 밟으면 어깨 끈과 치마 연결 부분이 뜯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 어린아이들은 조심성이 별로 없다. 엄마도 자주 뜯어져서 앞섶을 손으로 잡고 다녔는데 외할머니는 무심함 때문인지 바로 꿰매주는 일이 적었다. 엄마는 어린 마음에 부끄럽고 너무 싫었다고 했다. 단정하고 깔끔한 옷에 대한 욕망이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두 번째는 엄마 서른에 류머티즘관절염이 심해서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다. 3년을 누워 지냈는데 한복을 입던 시절이니 변변한 옷이 있을 리가 없었다. 누워있다 병원을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어야 했는데 당연히 변변한 옷이 없었다.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자신의 옷을 입히고 아버지가 업어서 병원을 다녔다. 엄마는 그 자체가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때 본인이 다시 걷게 된다면 반드시 옷만은 잘 입으리라 결심 단다

다시 걷고, 일상을 시작하자 엄마의 욕망은 터졌다. 양장점이 있던 시절에 엄마는 동대문이나 남대문에서 옷감을 떠다 양장점에 자신의 생각하는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만들어 입었다. 자신뿐 아니라 딸들에게도 그렇게 했다. 내 20대의 대부분의 옷도 그리 만들어졌다. 아마 그런 이유도 막내는 의상 디자인을 직업으로 가졌었다.

실반지 하나 없는 엄마가 옷은 늘 장롱이 넘치도록 가지고 있었다. 내가 결혼하고 시댁에 오신 우리 엄마는 짧은 치마에 노란 굽 있는 구두를 신고 오셨다. 한복을 입고 고무신이 정장이었던 우리 시어머니에게는 참 파격적이었는지 가끔 그 모습을 이야기하셨다.

엄마는 드라이하는 실크 블라우스를 특히 좋아하셔서 자주 입으셨다. 맥락을 모른 사람은 엄마가 꽤 화려하고 사치스럽다고 하겠지만 사연을 아는 나는 맘껏 입고 가신 엄마께 잘하셨다고 말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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