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요즘 육아스타일?
'슈~ 슈~'
아침부터 밖에 나가자며 신발 신겨달라는 손자를 데리고 놀이터에 왔다.
대부분의 데이케어가 여름방학이거나 휴가 중이라 부모들은 미리 그 기간 동안 아이를 보낼 서머스쿨을 찾아 나서지만 미처 등록하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 혹은 조부모를 동반하고 아침부터 놀이터 산책을 시작한다.
그래서 이맘때 아침 놀이터에는 최소한 한두 명의 아이들이 있기 마련인데, 어라! 아무도 없다. 너무 일찍 나온 모양이다.
'꽉 잡아.'
손자를 그네에 앉히고 높이 밀어 올렸다. 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만들어 벌레가 무는 시늉으로 장난치며 손자와 깔깔거리고 웃다가 하늘에 마침 비행기라도 지나가면 ‘에어플레인, 삐이융~’ 하다가, 새 한 마리 날아가면 '버~드, 짹 재재짹!' 하며 별별 살아있는 음향과 손짓으로 놀아준다.
따가운 햇빛에 혹시라도 손자 놈 하얀 얼굴이 탈까 싶어 몸으로 가림막도 해주고, 물도 먹이고… 이것저것 다해도 시간은 제자리다.
계속 타겠다는 손자를 그네에서 안아 내려 미끄럼틀로 데려갔다. 두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계단을 올라가 미끄럼대 위에 앉힌 다음 살짝 밀어주면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가다 끄트머리쯤에 저절로 멈춘다. 제 형보다 무거운 손자 놈 몸무게 때문이다. 혼자 땅으로 내려오다 넘어질까 싶어 얼른 아래로 내려가 손을 잡아주면 손자가 짤막하게 '잉 잉' 거리며 미끄럼 위를 가리킨다.
'또 탈 거야~'
나의 목소리는 평온하고 즐거우나 나의 허리는 댕기고 아프다.
두 손을 잡고 다시 하나하나 계단을 올라 미끄럼 꼭대기에 앉혀놓고 살짝 밀어준 다음 부리나케 밑으로 내려와 손자를 부축해 내려놓으면 발음도 정확하게 ‘또!’라고 말하며 내 손을 잡아당긴다.
이것을 네댓 번 반복하고 나니, 아침부터 후끈한 더위 때문인지 미끄럼틀 위아래를 뺑글뺑글 돌아서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차라리 그네가 낫겠다 싶어 손자를 데리고 다시 그네로 복귀한다.
그네에 앉힌 다음 슬슬 밀어주고 있노라니 30대 중반의 젊은 아빠가 유모차에 농구공과 아이를 태우고 놀이터에 있는 농구코트에 등장했다. 그 집 아이도 우리 손자 또래로 보였다.
아이와 농구를 하려나?
생각하고 있는데, 아빠가 농구공을 꺼내더니 혼자 튕기며 골대를 향해 던지고 집어넣으며 놀기 시작한다. 떨어트리면 주워와 골망에 다시 던지고 집어넣으며 재미있게 참 잘도 논다. 아이는 유모차에 그대로 앉아서 놀고 있는 아빠를 구경한다.
나와 손자도 그네를 밀며 타며 그들을 구경한다. 아무도 없어서 심심하던 차였다.
십 분 정도 지나서 헉헉거리던 아빠가 아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에 공을 싣고 저쪽으로 걸어간다.
집으로 간 줄 알았던 아빠가 유모차를 밀며 다시 이쪽 길로 돌아 나왔다. 천천히 걸어서 코너를 따라 아까 처음에 왔던 길로 돌아간다.
아, 이제 집으로 가는구나!
그동안 아이는 유모차에 그대로 앉은 채 한 번도 땅을 밟거나 걷지 않았다.
젊은 아빠는 과연 육아를 한 건지 아니면 본인이 운동을 한 건지,
나는 이것을 아빠한테 물어봐야 할지 아이에게 물어봐야 할지,
거저, 내 아이도 아니니 관심 두지 않으련다.
일전에 어느 아빠는(그이도 젊은 아빠였다) 아이를 놀이터에 풀어놓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던데, 아빠들의 육아는 대개 이런 식인가?
내 아빠도 아니고 내 손자도 아니니 관심은 두지 않는다만, 혹여나 다칠세라 손자를 졸졸 따라다니며 거두고 살피는 나의 육아 스타일이 너무 고루한 건 아닌지, 요즘 아빠들처럼 내 몸도 아껴가며, 틈틈이 정보도 챙겨가며 육아하는 일석이조의 시크함이 필요한 건 아닌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고칠 용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