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을 땐 보고 싶다고 말하기
사돈어른과 사위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사위는 오자마자 제 아내에게 ‘나 없는 동안 힘들었지?' 한다.
딸은, 며칠 만에 보는 제 남편이 반가우면서도 힘들었던 것을 투정하듯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아니 별로, 엄마가 있으니까.... 오빠 있을 때보다 더 편했어!'
순간적으로 영혼이 빠져나가는 사위의 어? 하는 표정이 내 눈에 들어왔고, 그와 대조적으로 내 입꼬리는 즉각 위로 올라갔으며, 정말?이라는 감탄이 삐져나옴과 동시에, 5일 동안 내 몸에 쌓였던 출장육아의 노곤함이 스르르 씻은 듯이 녹아내렸다.
딸이 편했다고 하는 말 한마디가 피로를 회복시켜 주는 박카스 한 병처럼 새콤하고 기분 좋은 각성을 내게 던져주었다.
반대로, 차가운 얼음을 얼결에 삼킨 듯 사위가 한동안 얼굴 표정을 수습하지 못한다.
민망한 내가 딸에게 한마디 했다.
'그러면 자주 나갈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오빠 있을 때보다 더 편했어!'
나는 딸의 그 말을 들어서 보람찼는데, 사위는 그 말에 기운을 잃었다.
아빠~하며 달려드는 아이들 덕분에 사위의 존재감이 다시 올라갔고, 얼굴에도 웃음기가 돌아왔다.
며칠 만에 사위를 본 딸의 표정은 분명히 생기로웠고 반가움으로 가득 찼었다. 속마음 그대로 보고 싶었다고 말하면 좋았을 것을 굳이 '오빠가 없어도 아쉽지 않아'라는 식으로 돌려서 표현하다니,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너희들 아직도 밀당하냐!
딸은, 엄마가 도와줬으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하라는 뜻에서 사위에게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며칠 고생한 내게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겠지. 그래도
고마운 것은 고맙다고, 괜찮은 것은 괜찮다고, 사실은 그립고 보고 싶었다고,
마음속 그대로 표현하면 더 좋았을 텐데...
상대 마음을 해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직접적인 표현은 언제나 담백하고 솔직하다. 게다가 말하는 사람도 편하고, 듣는 사람도 쉬워서 오해를 만들지 않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부지간이건 부모 자식 간이건 애정표현은 할수록 좋을 것 같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지 않던가! 사랑하는 마음은 가슴에 담아두는 것보다 밖으로 표현을 해야 비로소 살아 움직이고 날개를 달아 상대에게 전달된다.
사실 나도 생각은 이렇게 하는데,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 성장문화의 배경도 있고 성향의 이유도 있겠으나 이것도 연습하고 노력하면 고쳐지지 않을까?
음식을 먹으며 맛있다고 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표현도 자주 해야지.
사랑해~ 고마워~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