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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랜턴 Mar 08. 2024

결혼 전 동거기간 의무화

혼전 동거의무 어떻게 생각하세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했던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남편과 이혼하고 싶을 때였다. 두 사람의 결합을 법과 사회제도의 틀 안에 가두어 버리는 결혼을 풀기 위해선 다시 법과 제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묶어 놓는 결혼보다 풀어내는 이혼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에서도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의 숙려 기간을 거쳐야 한다. 캐나다에서의 숙려 기간은 1년이며, 이 기간 동안 부부가 한 장소에서 같이 살아도 되는 한국과 달리, 부부가 각각 다른 장소에서 지내야 한다. 떨어져 지내면서 각자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가정의 소중함에 대해, 부부관계의 현실을 벗어나서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보라는 뜻인 듯하다. 

 

그러나 이혼 과정에서처럼, 결혼하기 전 의무적으로 정해놓은 고려 내지 숙고의 기간이란 것이 두 나라에는 없다. 결혼생활 37년 차인 기혼자로서, 나는 여기에 최소한 1년 정도의 동거의무기간이란 것을 넣기 원한다. 기간의 연장은 선택으로 하되, 피임은 필수여야 할 것이다. 


캐나다에는 사실혼 동거인(Common-law-partner)이라는 사회적 개념이 있다. 1년(주마다 다를 수 있음)의 동거 기간이 지나면 사실혼 동거인으로 신고할 수 있으며, 결혼한 배우자에 버금가는 법적 지위를 갖는다. 혼인보다는 비교적 절차가 간단하며, 헤어질 때도 이혼보다 간편하다. 사실혼 관계로 부부생활을 얼마든지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자녀도 가질 수 있으며, 학부모의 의무와 권리도 똑같다. 부부간의 재산상속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법적인 보호를 받는 동거인 셈이다. 




결혼할 때와 달리 이혼할 때에는 자녀도 있을 것이고, 재산 나누기도 해야 할 것이며, 자칫 끊어내기 힘든 연민의 정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이혼이란 것이 힘든 일이기에 결혼 결정은 더 많은 진중함이 필요하다.


둘이 함께 하면 인생이 더 쉽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어떻게 해도 인생이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쉬운 걸로 말하자면 혼자 사는 것이 가장 쉽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어야 둘이서도 잘 살 수 있다.


둘이 함께 살면 인생이 덜 외롭지 않을까? 오히려 함께이기에 더 외로울 수 있다. 그럴 때의 외로움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을 만큼 깊고 처절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고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성급하게 부부가 되려고 한다. 그들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두 남녀가 하나의 커플을 이루려면 저마다 자기 안에서 [또 다른 자아]를 찾아내야 하며, 그래야만 이상형에 대한 환상을 품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결혼한 커플 중에 그런 이상적인 부부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저 인간 자체가 고독한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편하다.


결혼이 환상을 품고 있는 것에 비해, 동거는 생생한 현실이며, 리얼리티다. 살아본 후에 그 관계를 법과 제도로 보호받기 원할 때, 그때 결혼해도 늦지 않다. 그깟 1년의 동거로 수십 년이 될 결혼생활과 배우자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무리일 수 있겠으나, 적어도 이런저런 환상은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하마터면 쓸데없이 버려졌을 내 인생의 일부가 지켜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혼전 동거를 택하는 젊은 층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적으로 꽤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StockSnap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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