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야, 사랑한다!
남편의 주위는 항상 시끄럽다.
하루종일 배경으로 틀어놓는 TV 소리,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유튜브 특유의 기계음 웃음소리, 트로트 노랫가락 소리, 가끔씩 자주 들락날락 냉장고 문 여닫는 소리, 전화받는 소리.....
나는 소리에 민감하다.
남편은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고, 자야 하고, 집에 일찍 들어와야 하고....
나는 배가 고파야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집에는 들어오기만 하면 된다.
남편은 무엇이든 함께 하기를 즐겨하고, 나는 혼자가 편하다.
개인주의 성향의 나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꼭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누구와 같이 하루 종일 있는 것이 신경 쓰이고 불편하다. 그런 마음의 중심에는 상대에 대한 지나친(내 딴에는) 배려가 도사리고 있다. 내 주장보다는 상대의 마음을 살피고, 의견을 존중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공감하고.... 분명 이기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이 집에 없는 날이라고 해봐야 내가 유달리 특별한 것을 하지는 않는다.
적고 간소하게 먹기
스트레칭 30분
조용하게 책 읽기와 글쓰기
영화 한 편 끝까지 보기
귀가시간 의식하지 않고 외출하기
남편이 이 중 어느 것 하나 못하게 하는 것은 없지만, 함께 있을 때는 그저 나 스스로 편하지 않아 최대한 하지 않을 뿐이다.
나의 개인주의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며, 나의 자율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다.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남편과 같이 살며 나의 개인주의를 지켜나갈 수는 없다. 개인주의 성향과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게는 그리움이란 감정이 별로 없다. 누가 보고 싶다거나, 없으면 못 산다는 것이 순전히 남의 일이다. 혼자 살기 딱 좋은 성향이다.
남편이 해외 출장으로 두 달 동안 집을 비웠을 때도 그리움보다는 오히려, 모든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주변 지인들은 내게, '에구~ 남편 없어서 어떡해. 외롭겠네.' 하고 걱정하지만, 나는 속으로 말한다. (천만에요, 이제 자유랍니다.)
이제는 퇴직을 한 나이이니 남편이 출장으로 집을 비울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여라도 지인들과 여행을 한다거나, 남편 혼자 한국에라도 다녀오겠다고 한다면 두 손 들어 적극 환영할 거다. 부디 내 걱정은 말고 어서 다녀오라고.
글을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나와 사느라 남편이 외로웠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에고, 짠해라!
상단 이미지 출처:© nathan_mcb,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