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빠가 다 사준다!
옛날 잘 나가던 시절 남편의 지갑은 오로지 현금으로만 꽉 차있었다. 결혼 초반까지도 그랬다. 그러던 것이 집안이 망하고 캐나다로 이민하면서 언제부턴가 차츰 현금이 줄어들고 대신 쿠폰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쿠폰은 주로 맥도널드, 서브웨이, 웬디스, 버거킹, 피자 등 패스트푸드에 관한 것들이다.
다른 광고지와 함께 우편함으로 넣어지는 쿠폰을 남편은 정말 성실하게 챙긴다. 그리고 쿠폰이 마치 현금인 양 점선대로 곱게 잘라 지갑에 차곡차곡 넣으며 흐뭇해한다. 지갑 속 현금과 쿠폰의 비율이 예전에는 100 대 0이었다면, 30년 후인 지금은 20 대 60 정도 된다. 나머지 20은 쓸데없는 영수증과 명함들이다.
'뭐 먹을래? 나 쿠폰 있어!'
말만 해 내가 다 사줄게, 처럼 들리지만 패스트푸드를 싫어하는 나는 굳이 쿠폰을 써가며 애써 그걸 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쿠폰은 주로 남편을 위한 것이다.
쿠폰이란 것이 반드시 써야지만 일정 금액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고, 게다가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종료가 임박해지면 빨리 써야 한다는 조바심까지 생겨나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쿠폰으로 할인받는 것이 어색해서 쭈뼛거리며 잘 쓰지 않던 남편도 이제는 지갑에서 먼저 쿠폰부터 꺼내든다. 혹시라도 잊고 쿠폰을 쓰지 않으면, 오히려 왜 쿠폰을 안 썼느냐며 엄청난 손해를 본 것처럼 억울해할 정도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고, 물가도 오르고 경기가 안 좋아진 요즘 쿠폰마저 발행량이 줄고 취급하는 프랜차이즈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동시에 남편 지갑 속 쿠폰의 부피도 얇아졌고, 쿠폰을 챙기는 기쁨도 줄어들었다. 그래도 남편은 여전히 '말만 해, 다 있어!' 하며 쿠폰을 내세운다.
나이 들어 밥 짓기 귀찮을 때가 늘어나면서 나도 가끔 쿠폰 사용에 동참한다. 그럴 때마다 진가를 발휘해 기쁘다는 듯 신이 난 남편은 '뭐 더 먹고 싶어? 나 쿠폰 또 있어!' 하며 쿠폰 빨을 늘어놓는다.
자갸~ 나 이거도 먹고 싶고, 요거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엉~
말만 해, 이 오빠가 다 사준다. 나 쿠폰 많아!
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빨리 경기가 좋아져서 쿠폰도 다양해지고 발행하는 곳도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남편의 지갑이 다시 쿠폰으로 빵빵하게 채워지고, 남편의 마음이, 함께 하는 행복으로 빵빵하게 채워지는 그날을, 늦었지만 나도 꿈꿔 본다. 이제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