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착각
한국에서 잠시 지내고 있을 때는 남편이 사다 주는 바나나우유를 매일 마시며, 사다 주는 남편도, 원샷하는 나도 행복해했다. 캐나다에 다시 들어와 살면서부터는 팀 홀튼 아이스드 카푸치노가 바나나 우유를 대신하고 있다. 다만, 카페인 때문에 자주 마시지 못할 뿐 바나나우유처럼 매일 사랑을 마시는 느낌은 같다,라고 하면
우리가 꽤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오해할 수 있으니 사실을 덧붙이자면,
매일 새벽마다 맥도널드 커피와 머핀으로 조식 새참을 먹고, 매일 저녁마다 팀 홀튼에 가서 이브닝 커피를 마시는 남편에게, 이제는 그러지 마라 했다.
맥도널드에서 새벽참을 먹은 남편은 집에 와서 다시 나와 함께 과일과 야채, 계란 프라이로 정식 아침을 먹는다. 저녁에도 식사 후 집에서 커피를 마시면 되는데 일부러 차 타고 나가서 커피를 사 먹고 들어오니 그것은 낭비다,라고 말했다.
카드 내역서를 보면 매일 맥도널드와 팀 홀튼이 아침저녁 번갈아가며 찍혀있다. 금액이 쌓이면 한 달에 거의 이십만 원이다. 집에서 아침도 차려주고, 집에도 커피가 있는데 굳이.
그래서 저녁 꺼는 이제 가지 마라 했더니, 잔머리 대왕 남편이 내 것이라며 어느 날 팀 홀튼에서 아이스드 카푸치노를 사 왔다. 저는 이미 그 자리에서 마시고 나온 뒤인지라 남편 손에는 내 것만 달랑 들려 있었다.
하! 사실 달달하고 시원하게 나도 한 잔 주욱 마시고 싶기는 했다.
이 남자가 내 생각도 하는구나, 그래! 어쩌다 하루아침저녁 한 번은 괜찮지 뭐, 미안함(?)의 표현이니 받아주자! 했는데, 그런데 그 수법을 자주 쓴다.
씨원~한 아이스드 카푸치노 어때!
그러더니 남편이 오늘은 이상한 궤변으로 한마디 덧붙인다.
'속초에 살 때는 매일 바나나우유 사다 대령하더니 이젠 아이스드 캪이네!'
순간 나도 속아 넘어갔다. 그러네~
...
...
아오~ 이 인간이!
생각해 보니, 한국에 있을 때도 자기가 음료수 마시고 싶어 매일 편의점에 갔다가 내 꺼 하나 구색으로 챙겨 온 건데 내가 그걸 사랑으로 착각한 거였고, 여기서도 자기가 팀 홀튼 커피 마시고 싶어 매일 나갔다가 어쩌다 내 꺼 하나 사 온 것인데, 마치 내 아이스드 카푸치노 때문에 매일 나간 것인 양 '.... 이젠 아이스드 캪이네!'하는 거다.
사랑은 개뿔~
결혼해서 오늘까지 37년 363일째 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