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 남편

2024년 1월 5일의 다짐

by 블루랜턴

아침,

주방에서 들려오는 수돗물 소리, 그릇 덜거덕하는 소리에 퍼뜩 잠에서 깼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피곤한데, 그걸 어찌 알고 남편이 아침을 챙기나 보다 기대하며 방문을 열고 나왔다. 뭐해요?

'으응... 담배 피우고 들어와서 손 씻었어. 뭔 잠을 그렇게 늦게까지 자!'


그렇지, 내 남편이지.


아침 먹고 남편과 같이 걷는 산책길, 기온이 뚝 떨어져서 살짝 내린 눈도 다 얼어버렸다. 항상 진창이던 골목길이 미끄러운 얼음판이 되어 나를 위협한다. 걸음에 온통 집중하고 다리에 힘을 주어 천천히 걷다가 남편 손이라도 잡을 양으로 고개를 들어 보니,

얼음 길도 무색하게 남편은 뒤도 안 돌아보고 저만치 앞서서 저벅저벅 가고 있다.


그렇지, 내 남편이지.


저녁상을 차리느라 수저 놓고, 국 데우고, 반찬 담아놓고....

밥공기를 주며 남편에게 밥 좀 퍼 달라 말했더니, 제 밥 한 그릇만 쓱 퍼서는 주변 상관없이 혼자 식탁에 앉아 쩝쩝 먹고 있다.


그렇지, 내 남편이지.


아~ 이상은 가깝고 현실은 멀구나!



나는 아직도 현실 내 남편에 적응을 못하고 있으니, 이것은 내 마음속 이상형 남편의 탓인가, 아니면 두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죄인가!


이제라도 이상형 남편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어쩔 도리없이 현실의 내 남편과 잘 살아보자!


라고, 2024년 1월 5일에 다짐했는데,

이상형 남편은 멀리도 못 가고 내 속에 슬그머니 다시 들어와 앉아있다. 이리도 나를 떠나지 못하는 걸 보면 마음속 이 남자는, 역시 나의 이상형임에 틀림없다.



상단 이미지 © anamnct,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