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8강 진출을 앞두고 3사가 앞다퉈 중계를 했다. 캐스터도 중요하지만 해설을 누가 하는지에 따라 보는 재미가 배가되기도 한다. 내 기호로는 철갑을 두른 호랑이, 대~호와 순~철로 구성된 팀이 든든했다.
일본전에서 아쉬웠던 것을 만회해 주길 바라는데 다행히 초반에 몰아쳐서 앞서고는 있다. 이대로라면 충분히 이길 것 같지만 야구는 9회 말이라고 했다. 상대편 호주가 말 공격이라서 더더욱 방심은 금물이었다.
6회 말부터는 4 볼로 출루돼서 아슬아슬했다. 눈을 질끈 감으며 위기 때마다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내가 보면 질 것만 같아 들락날락 피하기를 몇 번, 남편이 중계를 한다. 드디어 이겼다.
모두의 세리머니가 염원처럼 마이애미행 비행기 날개를 펼친다. 선수들이 벤치에서 일제히 쏟아져 나와 피날레 할 때야 비로소 나타나 박수를 친다. 위기를 마주할 수 있어야 절정의 기쁨도 두 배였을 텐데 반쪽짜리 응원이었다.
일본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또 지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작용했을 테지만 면이 안 섰다.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보는 보람도 아쉬움조차도 끝까지 함께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쩌면 내 삶에 있어서도 그러지 않았을까. 내둥 잘 헤쳐오다가 결정적일 때 조바심쳐서 영광을 그르친 건 아니었을까. 실패조차도 온전히 맞닥뜨리지 못해서 수정될 수 있던 기회를 놓친 건 아니었을까. 자꾸 돌아보게 된다.
영광도 제대로 맛봐야 더한 영광을 위해 전력질주할 수 있었을 테고, 실패도 어디가 어떻게 잘못된 건지 파악할 수 있어야 만회할 수도 있었을 텐데 대게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영광을 목전에 두고 실패할까 두려워 숨어버리는 일은 없어야지, 실패한다고 해도 방법으로 맞설 수 있어야지 적어도 후회는 없겠지. 야구를 보다가 엉뚱하게도 초등학생 일기처럼 자기반성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도 열 일 제쳐두고 응원할 것이다. 위기 때마다 내 삶을 지켜내듯 여차하면 벤치 클리어링할 태세로 제대로 된 절정과 마주해 보기로 한다. 이왕이면 승리의 여신이 우리의 손을 들어주길 바라며 내 삶도 함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