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아서 다행인 뒤에는 변하지 못한다는 책망도 뒤따릅니다.
장단점이야 다 있겠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늘 거기에 있어줘서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돼서 안도하지요.
낯설지 않아서 익숙해서, 너무나 예상이 돼서 대처하기도 편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식상해서는 뭐 신선한 게 없나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새롭지 못하다는 것은 굴래 같아서 늘 자기 안에 갇힌 다람쥐처럼 그 자리만 맴돌 뿐이니까요.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게 본래부터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겠지만 여러 번 옮겨 본 다음에 그래도 효율적이란
판단하에 그 자리를 고수하게 된 거겠죠.
식탁 냉장고 거울 책장 화장대 기타 모든 집기류들이 그 과정을 거쳐서 그 자리에 놓인 것일 텐데도
오늘처럼 돌연 정반대로 바꾸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네들은 하등 잘못이 없는데도 못마땅한 눈총을 받습니다.
정작 그들을 주관하는 사람이 바뀌지 못해 달리 배치해서라도 자기가 바뀐 것처럼 착시를 노리는 건데도..
이 병에 있는 것을 저 병에 옮겨 담았을 뿐 내용물은 변하지 않았는데도 단출해졌다고 만족해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들의 중심에는 항상 내가 있어왔습니다.
변하지 않는 나여서 좋았다가도 변하지 못하는 것이 핸디캡처럼 작용할 때가 많아서 그럴 줄 알았어.
언제는 안 그랬어. 그래 그렇게 자리 보존하고 살아. 온갖 험담과 저주도 불사합니다.
사람도 사물처럼 있어야 할 자리가 본래부터 정해진 것은 아닐 텐데 늘 이 자리일까 못마땅합니다.
답은 방법에 있다는 것도 알아서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 때 흉내라는 것을 내보기도 합니다.
시뮬레이션처럼 나를 책상 앞에 놓았다가 다시 뚝 떠와서 운동을 시켰다가 이젤 앞에도 놔봅니다.
그렇게 몇 번을 이동시키면서 느낍니다. 새로운 종류가 아니라 강도라는 것을..
또 다른 무엇을 찾는 게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강도 높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반짝이지 않는다고 조급하지 말고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부끄럽게 느낍니다.
며칠 동안 닦달 끝에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모습으로 다시 처음의 자리에 앉습니다.
걸리적거린다고 던져버렸다가 다시 안아보는 애착 인형처럼 그래 내가 날 돌보지 않으면 어쩔 거야 합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야 새로운 것과 균형을 이루지, 어느 한 쪽으로만 기울면
세상도 추락하고 말 거야. 너스레 떨면서 변하지 않은 채로 변하기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