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소환해 준 추억

by 김하정

무심코 휴대폰을 열었을 때 '10년 전 오늘'이라는 테마로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짧은

신호음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올라옵니다.

어디를 갔었고 뭘 먹었고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까지 떠오르게 하는 마법을 선사받습니다.

그중에서도 둘째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내게 건넨 편지와 선물을 찍어놓은 것도 있었습니다.

유물을 발견한 것처럼 한참 동안 먹먹했습니다.

샤프, 지우개, 수첩이 들어 있는 투명 비닐 위에 사인펜으로 꾹꾹 눌러 써 내려간 편지..

"고작 비닐에다가 편지를 쓰지만

저는 비닐이 엄마 같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내 모든 것을 다 마음에 담아주시고,

품에 안기기도 하는 것이 비닐봉지와 같아요" (중략)

라는 빛나는 문구였어요.

기술의 발전과 감동은, 더구나 추억은 거리가 멀거나 별다른 연관이 없을 것 같았는데

잊을만하면 이렇게 다채롭게 소환해 줄 때마다 반갑고 흐뭇해집니다.

물론 거슬러 올라가면 찾을 수야 있겠지만 '몇 년 전 오늘'이라는 타이틀이 있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성장과 지금보다 젊은 내 모습도 비교해가며 함께 한 시간을 헤아려 보는 거지요.

빌미 삼아 아이들에게도 어렸던 자신의 사진 한 컷씩 보내주고 잠깐 쉬어가게 합니다.

그러면 답으로 하트 모양이 잔뜩 들어있는 이모티콘을 보내옵니다.

'오늘'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게도 됩니다.

지금과 그때를 되짚어가며 달라진 게 있는지 정체돼 있지는 않는지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챙겨 봅니다.

다시 추억이 소환됐을 때 빈손으로 10년을, 20년을 맞으면 얼마나 무안할까 싶은 거죠.

문명이 발달해 더 구체적이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리움들이 불려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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