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두웠네?

by 김하정

남편의 이른 출근으로 30분 먼저 아침을 맞다 보면 피곤에 절어 부스스합니다.

빈속에 보내는 일 없으려고 애써보는 거지만 한 번도 알아달라 해 본 적 없습니다.

때로는 당연한 것처럼 돼 버린 듯해서 이 게 아닌데 싶다가도 나보다 더 힘들 테니

내세우는 일 없도록 하자 맘먹었던 거지요.

늘 보내 놓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했는데 오늘은 같이 내려가야겠다 나섰습니다.

츄리닝복 차림이 허술해 보였을까요? 위아래로 죽 훑어보고는 하는 말이

"나중에 버려도 되는데.. "였습니다. 복사기에 눌려서 스캔 되는 줄 알았네요.

"왜 창피하나 보네.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하고 마주칠 일 없을 테니 안심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각자 가자. 당신 안심하게, 잘 다녀와요" 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말이라고는 영 바람직하지 않아서 어이없다기보다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퇴근길에 내 근무지까지 와서 뭐라도 손에 쥐여주고 가곤 했었는데

이제는 대놓고 무안을 주나 싶었으니까요.

이른 아침에서 출근으로 이어진 일상이 너무 버거워서 퇴사했던 것을 잠깐 후회도 했습니다.

너무 확대하지 말자. 내가 좀 허술해 보이지 않으면 되겠구나. 합니다.

볼 일 있을 때만 차려입고 나가곤 했는데 집에서도 운동복은 면해야겠다 싶네요.

비단 츄리닝복이 문제였겠나, 전체적으로 푹 퍼져있었구나 자각하는 거지요.

가깝다는 이유로 나를 대충 대하게 틈을 줬구나. 가까울수록 농담이라도 무시되는 일 없이

내 체면은 내가 지켜야겠구나. 서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 살아야겠구나.

이 새벽에 이렇게까지 비장해질 일인가 싶지만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이 농담이 아니게 들리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요.

밖으로 세어 나가지 않게, 돌아볼 수 있게 알려줘서 다행이긴 합니다.

그러면서도 말의 어감만큼은 아니었다 싶어서 남편 퇴근하면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조용하고 나긋나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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