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게, 옛 추억"

by 김하정

시부모님 성묘하고 친정 엄마 뵈러 갔습니다. 구순 중턱을 넘어서시느라 숨이 턱에 차서 점점 생각도 기억도 흐릿해지고 계십니다. 촛불 같아서 할 수 있는 한 자주 찾아뵈려고 하는데도 늘 부족함을 느낍니다.

우릴 보자마자 와락 껴안는 손힘에 우선 안도합니다. 얼굴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싶어 죄송했지요.

주차하고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남편을 보고 그저 반가운데 맘처럼 걸음은 걸려지지 않고 다급해서 손을 뻗으며 말씀하십니다." 어서 오게, 옛 추억! "이라 합니다. 고 서방이라는 말이 순간 생각나지 않아서 대체한 말인데도 하나 걱정되거나 안타까운 마음 없이 그 새로운 말이 반갑기만 했습니다. 거기 모인 모두가 박장대소했습니다. 순식간에 못 내려온 형제들에게 전송해서 부러움을 삽니다. 부럽다 나도 그렇게 불리고 싶다까지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들인 공력 없이 아무나 안 되지 남편 대신 뻐겨봅니다.

평소에도 남편은 퇴근길에 주차장에 차 세워 두고 엄마랑 삼사십분가량 통화하고 들어옵니다. 다 왔다 해 놓고 왜 이렇게 늦어? 하면 장모님하고 통화하고 오느라고, 할 때가 많습니다. 집에 내려가기 전에 고장 난 부분을 물어서 준비해 갑니다. 이리저리 손봐주고 농사일도 할 수 있는 한 도와주고 오려 애씁니다. 아들들보다도 편하게 대하게 된 데에는 그 수많은 시간들이 탑재돼 있어서 가능한 것이겠죠.

모시고 있는 언니에게 휴식 시간을 줄 겸 조수석에 엄마 모시고 근방을 드라이브합니다. 남편과의 얘기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띄엄띄엄 뜨는 부분은 남편이 끼워 넣으며 이야기는 순항합니다. 뒷자리에서 지켜보는 마음도 흐뭇해집니다. 시어머님한테도 말대답 한 번 없던 착한 아들이어서 상대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이렇게 보상받고 있으니 돌아볼 것 없이 된 거지요. 세상살이에 영악하지 못해서 가끔 타박하기도 했지만 오늘따라 남편이 달리 보입니다.

산소 가는 길이 순탄치 않아서 도랑을 넘어야 할 때도 엄마를 업고 건넙니다. 수줍어하면서도 쉽게 업힙니다. 아들 등에 업히라면 업히셨을까 하면서 웃습니다. 계단이 참 가파른 근대문화역사관을 오르는데 이번에는 큰아이가 할머니를 업습니다. 명절이라 식당 문을 연 곳이 없어 햄버거 가게로 향합니다. 밥을 너무 식상해하셔서 양식이 가끔은 효력이 있습니다. 새우버거와 치즈스틱을 달게 드십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고작 이런 것이었습니다.

패키지여행상품처럼 왔다가 작은 것으로 생색내고는 이내 사라지는 것 누군 못하겠나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돌아올 때는 참기름 비롯 밑반찬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옵니다.

비가 자주 와서 땅이 질은 탓에 작년처럼 마늘 밭에 비닐을 깔아주고 오지 못한 게 남편은 못내 아쉬운 눈치입니다.

2주 정도 지나면 물이 빠질 테니 그때 둘이 내려가자고 합니다. 일정이 생겨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쓰고

있다는 게 고마웠습니다. 유독 헤어짐에 약한 엄마의 눈빛이 흐려지던 것이 눈에 밟힙니다.

그래도 2주 후에 "옛 추억"을 대동하고 갈 생각하니 든든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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